고뇌와 비참과 과오가 아무리 처절했어도 종말이 행복하면 그 과정은 그것으로 잊혀진다. 그러나 해피 엔드로 슬펐던 과정을 잊을 수 있는 것은 관객의 경우다. 슬픔을 겪은 주인공은 종말의 행복보다도 불행했던 과정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아쉬워하게 마련이다. 그 차이는 불행을 체험한 사람과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위치의 차이다. 전쟁에는 관객이 없다. 모두가 슬픈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 「강요된 권위와 언론자유」, 1971,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저작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