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미국식 평화주의의 이율배반」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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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1-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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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미국식 평화주의의 이율배반」(1994년, 새는)


 



한국에 배치된 미국 무기는 결국 한국에 팔아넘긴다

최근에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해 느닷없이 5조 몇천억 원어치의 패트리어트 대공 유도미사일과 아파치 대지공격 헬리콥터의 구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한국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5조 원이면 1994년 한국 국방비 총액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인들이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정부는 이 무기류를 한국에 팔아먹기에 앞서 필요한 전 단계적 조처로서 그들 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50년간의 경험에서 익히 알고 있듯이, 한국에 배치했던 미국 무기는, 극소수의 최첨단 무기를 제외하면 결국 한국군에 팔아넘기게 된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예스’다 ‘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동북아지역 전략체계와 무기체제에 편입되어 있는 한국(정부ㆍ군)으로서는 미국 정부의 판단과 결정이 사실상 최종적 결정이나 다름없다. 작금에 밝혀진 사실들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작년에 한국 군대 내부의 부패상 때문에 율곡사업이라는 ‘무한정 군사력 증강계획’의 내용이 국민 앞에 드러났다. 물론 군사분야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소수의 민간 연구가들에게는 이미 군의 한심스러운 작태가 80년대 중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쨌든, 소위 율곡사업이라는 군사력 증강계획에 따라서 한국군대는 80년대에 들어서 매년 거의 30억~40억 달러어치의 신무기 장비를 구입해왔다. 그런데 그렇게 엄청난,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의 신무기 구입의 80퍼센트 이상이 미국 무기다.
앞으로 21세기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될 예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40억 달러 규모의 연간 신규 무기 구입계획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는 11억 인구인 중국의 1993년 국방비 총액이 65억 달러라는 사실로 이해가 갈 것이다.

1993년 국방비, 한국이 중국의 2

1993년, 즉 작년의 우리나라 국방비는 중국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약 110억 달러였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군사비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누구나 쉽게 실감할 수 있겠지만, 한국이 몇 해 안에 새로 떠맡을 수밖에 없는 아파치 헬리콥터와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의 가격이 달러로 환산해서 70억 달러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한ㆍ미 양국 정부의 정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 액수만으로도 중국의 국방비 총액과 맞먹는 거액이니 말이다. 북한의 군사비라야, 세계의 중립적 연구기관들의 평가는 대체로 23억 달러에서 35억 달러 사이다. 그것과의 비교에서 우리는 많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왜 이러는 것일까? 한때 이라크에 대한 공격전에서 패트리어트라는 대공 미사일에 대한 평판은 현대전 신무기의 영웅처럼 떠들썩했다. 미국 무기상들과 군부에 의해서 미화되고 과장된 선전의 결과였다. 실제 성능은 어떠했던가? 여러 유력한 평가들은 그 명중률(즉 상대 미사일 또는 비행기 파괴율)을 낮게는 20퍼센트 선에서 높아도 50퍼센트 이하로 판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이용하여 새로이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를 남한 국민에게 안기려는 의도인 것 같다. 혹시라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선의’를 믿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한국인의 미국 숭배, 미국 심취는 골수에까지 파고든 중병 상태니까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이건 또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 대한국정책(한미관계)의 본질을 이제는 꿰뚫어 알고 있는 이들이건, 이번 기회에 눈을 크게 떠서 세계 ‘무기판매 전쟁’의 전모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총체적인 실상도 알게 되고, 특히 그 전체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평화를 파괴하는 나라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말』지의 독자들과 함께 검토해보자.

평화를 혐오하는 세력

소련의 마지막 수상이었던 고르바초프가 1988년에 일방적으로 소련 군사력과 국방비의 축소를 단행했을 때, 이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 미국 정책을 좌우하는 군 고위층, 자본가, 군수산업가, 무기 연구기관 그리고 큰 군수산업기관을 자기 선거구에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이 아니다. 실제로 그 당시 나는 미국의 간행물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드러내놓고 냉전종식에 반대하는 말을 공언하는 것을 수 없이 보았다. ‘평화공포증 환자’, 바로 그것이었다. 냉전 요인이 사라지는 것이 그들에게는 지구상의 선량한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두려웠던 것이다.
지구상에 평화가 자리잡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 인류에게서 전쟁이 멀어져가는 것을 혐오하는 세력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무기를 만들어 팔아먹을 구실을 찾는 집단이 있다. 불이 날 조건이 없으면 기름을 붓고, 열이 식으면 부채질을 해서라도 불을 일으키려는 정부가 있다. ‘평화’의 가면 아래 지구상의 도처에 불씨를 뿌리고 다니는 국가가 있다. 진정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 없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그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고 있다. 한국인들만이 아직도 어떤 미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한심한 일이다.
전쟁광이었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모든 악의 원천”이라고 떠들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규탄했다. 그런 철학과 세계관에 따라서 소련에 대한 사실상의 무한정 전쟁을 선언했던 것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 사이의 ‘냉전적’ 적대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과거의 국가간 관례와 행동양식에 따른다면 ‘악마’를 퇴치한 레이건의 후예들은 승리를 선언하고, 무기를 꾸려 싸서 본토로 돌아갔어야 한다. 군사력도 줄이고 무기생산공장도 감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1990년부터 세계의 무기거래 총량은 꾸준히 감소일로에 있는데도, 거꾸로 미국은 세계 제일ㆍ최대의 무기상인이 되었다.
미국 국회의 ‘국회활동 연구조사기구’에 따르면, 1992년 전통적 양대 무기수출국인 미국과 소련(러시아)의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무기판매(계약고)는 미국 136억 달러 대 러시아 13억 달러였다.
참고로 소련이 냉전체제를 포기한 1988년 이후의 세계 무기거래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가격은 1992년 불변가격).

● [표]


즉 미국은 1992년 러시아에 비해 10배를 수출했다. 제3세계 국가들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무력분쟁과 배후 국가의 무기제공과의 인과관계를 시사한다. 참고로 92년 미ㆍ소(러) 외의 그밖의 모든 무기판매국의 제3세계 판매계약액은 90억 달러였다. 따라서, 미국ㆍ러시아ㆍ기타 국가들의 제3세계 무기공급액 합계는 239억 달러다. 미국이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무기제공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만이 아닌, 세계 전체에 대한 미국 정부 공식허가의 무기판매는 당연히 그보다 훨씬 크다.

● [표]


분쟁지역에 무기판매 증대하는 미국

미국 정부(부시 대통령)는 1991년의 대이라크전쟁 뒤에, 중동을 포함한 세계의 분쟁요소가 짙은 지역과 국가들에 대해서 재래식 무기판매를 억제할 것을 제의했다. 분명히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그럴 필요성을 시인하고 그 제의에 따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같은 제의를 제창한 미국은 세계 분쟁지역 국가들에 대한 무기판매를 증대하고 있다. 미국 정책의 말과 행동의 표리부동을 입증하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지구상에서 무력분쟁과 국가 간의 적대관계가(를) 격화될(시킬)수록 이윤이 높은 무기판매에 유리하다. 미국 정부의 누가 무슨 말로 평화를 뇌건, 지구상의 국가 간 또는 민족 간 무력충돌이 많고 클수록 그리고 빈번할수록 그리고 무기소모가 격렬할수록 미국(정부)의 이익은 크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무기판매를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활동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다음의 발언은 그런 뜻의 하나에 불과하다.
“외국에 주재하는 미국의 여러 가지 외교기관들은 미국의 민간상업기업체들이 모든 통상적 상업적 활동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위(군산)분야에서의 시장개척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인 것이다”(로렌스 이글버거 국무차관, 1990).
세계 도처의 분쟁지역에 대한 미국 국가정책으로서의 무기판매촉진정책은 미국 정부가 즐겨 내세우는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정책이 얼마나 빈말인가를 입증한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각국 정부의 인권정책 평가를 그 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및 비군사적원조ㆍ지원 결정의 판정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은 마치 자기들의 경쟁국가나 하위 동맹국가 내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는 양 선전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다. 과연 그 말과 행동은 얼마나 부합하는가?

미국의 군사원조받은 68개국 중 49개국이 인권유린국가

미국 정부는 1993년에 지구상의 국가들 중 68개국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형식으로 군사적 및 무기공여의 원조를 제공했다. 그런데 그 68개 국가 중 49개 국가가 바로 국무성이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한 1993년도 ‘인권실태 보고서’(Report on Human Rights Practices)에서 “심각한 인권유린 국가”로 판정한 정권이 지배하는 국가들이다.
사실은 카터의 ‘인권 기준 지원정책’이라는 것도 엄격히 따지면 일종의 ‘냉전전략’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카터의 후임인 레이건에 의해서 그나마 백지화되었다. 미국의 군사원조나 무기판매는 미국에 고분고분 복종하느냐 이익이 되느냐의 평가가 그 판단기준이었지, 인권이 존중되느냐 민주주의적이냐는 아무런 기준도 되지 않았다. 우리 남한의 역대 군부독재시대가 그 산 증거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도 그 증인이다. 미국의 충실한 졸개인 팔레비 왕이 이란을 지배하던 시기에 미국은 이란을 아랍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 만드는 정책으로 석유와 무기를 통해 재미를 보았다. 호메이니 혁명으로 이란이 반미화하자 미국은 이란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이라크에 막대한 현대식 무기를 제공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갑자기 미국정부의 총아로 찬양되고 ‘민주주의적 지도자’가 되었다. 아랍의 석유자원을 미국을 대신해서 관리해줄 국가로서 이라크는 막강한 군사국가로 키워졌다.
그러나 이란이 이라크와의 10년 전쟁으로 무력화되자 갑자기 이라크는 ‘인권유린 국가’가 되고 후세인은 어제의 미국식 ‘민주주의적 지도자’에서 하루아침에 ‘국제적 무뢰한’ ‘가장 야만적 흡혈귀’로 전락했다. 이 짧은 변화 사이에 미국은 이라크에 수백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아서 재미를 보았던 것이다.
이라크와 후세인을 일격에 쳐돌린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1년 5월, 이른바 ‘중동지역 재래식 무기 금수협정’이라는 것을 소리 높이 제의했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오늘 ‘대중동 무기통제체제’의 창설을 제창한다. 개개 국가의 합법적 자기방위를 위한 소요(所要)를 넘는 모든 재래식 및 비재래식 무기류의 확산을 금지하는 것이며, 이 목표를 위해서 지역국가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
바로 이 같은 고매한 중동평화 내지는 세계평화 구상의 실체가 무엇인가는, 바로 그 이듬해인 1992년 그리고 93년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무기판매 현황이 대변해주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들 또는 민족들 사이에 진정 평화가 깃든다면 미국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기뻐할 다른 나라나 민족들처럼 역시 기뻐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부시 대통령이 그 “중동 무기통제체제”를 제창한 해인 1991년 미국 무기판매 대상국의 금액 서열에서 상위 6개국이 중동지역 국가(바레인, 이스라엘, 요르단,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였다는 사실로 자명하다.
미국이 지구상의 국가 간 또는 민족 간의 평화를 위해서 무기수출을 자제하거나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총수출 3,940억 달러 중 630억 달러가 무기수출

이 글의 독자는 이미 앞에서 인용한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액 표에서 1991년의 정부 판매 및 민간기업 판매의 합계가 630억 달러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해인 1991년 미국 대외무역에서의 총수출은 3,940억 달러였다. 무기판매액의 비율을 계산해보라. 그러면 답변이 나올 것이다. 그와 연관된 다른 구성요소도 보자.
그해의 미국 총수출산업의 종사원은 720만 명이었는데 군수산업 총종사원수가 320만 명이고, 직접 무기수출 관계업무에 종사하는 일자리만도 32만 8,000명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게는 세계의 평화보다 분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논자들을 반박할 수 있을까? 한국이 70억 달러어치의 패트리어트 등 신무기를 강매당할지 모르는 기회에 한미관계의총체적 성격을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1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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