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정신'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굽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충실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용기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영희재단은 '리영희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위하여 '리영희상'을 만들었습니다.

제13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13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11-25 08:14
조회
123

제13회 리영희상 수상 소감


 


진실을 따르는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응우옌티탄(하미 마을)


안녕하세요, 응우옌티탄이라고 합니다. 저는 1957년에 태어났고 베트남 중부 꽝남성 하미 마을에서 일어난 학살의 피해생존자입니다. 지금은 다낭시에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날 제가 겪은 일들을 저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린 소녀였던 그날부터 예순일곱 살의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도 그날의 기억이 평생 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열한 살이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죽었고, 저와 남동생은 살아남았지만 아주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와 숙모의 두 아이까지 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집도 다 불타버렸습니다.


올해 6월에 저는 일주일간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한국 방문 이후 저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국회도 가고, 법원도 가고, 대통령실도 찾아가서 하미 학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다녀온 지 얼마 뒤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를 상대로 한 하미 마을 피해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저희가 패소한 것이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조카 중에는 이렇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하시면 어때요. 힘도 많이 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잖아요.”


그런 와중에 저는 리영희상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너무 놀랍기도 했고요. 제가 그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거든요. 솔직히 저는 처음에는 리영희 선생님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 친구들에게 리영희라는 사람이 베트남전쟁 당시 어떠한 일을 했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의 이름으로 상을 만들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고요. 리영희라는 사람은 전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던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리영희상 수상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제가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중에 받은 상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피해생존자가 리영희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저같은 피해자·유가족들은 나이가 많아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해주시고 저같은 피해자들을 도와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미 마을뿐 아니라 베트남 중부의 다른 마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들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용기를 내어 충실하게 진상조사를 해주길 희망합니다. 또한 한국의 시민 여러분들도 계속해서 진실을 이야기 해주시고 저희 베트남 피해자들과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리영희상 수상은 저에게 믿음과 힘을 줬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저는 더 열성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해졌고,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된다는 사실이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에게 뜻깊은 상을 주신 리영희재단과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는 한국의 친구들과도 이 상의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이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진실을 따르는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진실은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있고, 언젠가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요


응우옌티탄(퐁니 마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응우옌티탄이고 올해 65살입니다.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1968년 퐁니·퐁녓 학살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피해생존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날 수많은 제 가족과 친척, 마을 이웃들, 노인, 여성, 아이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저는 운좋게 살아남았고, 그래서 죽은 분들을 대신해 진실을 꼭 말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살아왔습니다.


요즘 베트남 중부는 홍수 피해가 심각합니다. 최근에도 홍수 피해를 앞두고 집의 물건들을 옮기느라 저와 온 식구가 정신이 없었습니다. 11월 내내 비가 내렸고 홍수 피해가 이어져 요즘은 계속 집 걱정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기쁘게도 이번 리영희상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올해 6월에 저는 한국에 갔었고 법원까지 찾아가 다시 한번 저의 진실을 말했습니다. 이후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한국을 다녀왔는데 새로운 소식이 없냐, 아직도 결과가 없는 거냐, 동네 사람들이 종종 저에게 묻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속상하고 힘이 빠집니다. 1심에서 이겼는데 국방부가 항소를 하고, 2심에서 이겼는데 또 상고를 해서 또다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법원에서 마지막으로 이기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어쩌면 내가 세상에 없어진 뒤에나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냥 포기하면 좋겠다, 저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3분의 2는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판으로 돈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이 저세상에서나마 편히 눈을 감았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너무 기뻤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리영희 상은 제가 그동안 진실을 말하기 위해 애써온 시간에 대한 큰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게 되고, 평화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이 제가 겪은 전쟁의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리영희 선생님을 알지 못했지만 그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리영희라는 사람은 전쟁의 진실을 숨기지 않았고, 저와 같은 피해자의 편에서 서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주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맙고, 용감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며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님과 가족분들 그리고 리영희 재단에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상은 저에게 큰 응원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리영희 상은 저에게 큰 힘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정신에 힘을 주었습니다. 제가 나이는 많지만, 희망이 있는 한 계속 노력할 겁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언니, 동생들 그리고 조상님의 무덤을 제대로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제 오래된 소원인데 아직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아들딸들도 저마다 바쁘게 살고 있으니, 이런 일은 제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합니다.


한국의 새 정부가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퐁니 마을뿐만 아니라 전쟁의 무고한 피해자들 모두를 위해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응원해주신 한국 시민 여러분도 고맙습니다. 특히 저를 도와 증언해주신 한국의 참전 군인분들과 옆에서 늘 힘이 되어준 한국 친구들 등 모든 분께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국가 배상소송 관련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심과 2심에서 이겼다는 것은 이미 이 길의 대부분을 걸어왔다는 뜻입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요.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의 아이들과 후세대들이 계속 이 싸움을 이어갈 겁니다.” 다시 한번 리영희 재단과 한국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시상식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안을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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