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기후보도로 관심과 논쟁을 일으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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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6-01-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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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기후보도로 관심과 논쟁을 일으키자



 


 


 


 



한윤정 녹색연합·한신대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리영희재단은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2025년 한 해 동안 기후보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련의 사업을 추진했다. 5개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기후보도 지원사업을 실시했고, 중앙언론·지역언론·대학언론 등 3개 부문에 걸쳐 기후보도상을 제정했다.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을 겸한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이 지난 12월 17일 오후 2~5시 청년문화공간 JU(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에서 열렸다. 이 글은 심포지엄에서 ‘기후보도 앞으로의 과제: 새로운 상상’이란 주제로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뉴스룸에서 기후보도를 꺼리는 이유

‘기후변화’가 긴박한 상황을 전달하기에는 너무 느긋한 표현이라고 해서 언젠가부터 ‘기후위기’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잘못된 용어라는 의견도 있다. 위기를 잘 넘기면 정상상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이든, 기후위기이든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인류와 생태계는 변한 기후에 적응해서 살아가야 한다.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장기적 추세이며, 이에 따른 사회운영 시스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IPCC 6차 보고서(2023)는 “언론은 기후위기가 제기하는 도전에 인류가 맞서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후보도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여전히 부족하다. 유럽방송연맹은 기후보도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기후변화는) 서서히 진행되어 매일 보도할 새로운 내용이 없다.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 취재에 어려움이 있다. △종말론적 성격과 복잡성 때문에 수용자뿐 아니라 언론인을 우울하게 만든다. △수용자들이 관심이 없기에 상업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기후문제의 정치성 때문에 언론인이 정파성을 띠거나 활동가로 의심받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많은 미디어 조직이 기후저널리즘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기후저널리즘 가이드북』, 2023)

유럽만의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기후보도는 이제 첫발을 뗀 상황이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2021)가 시작되면서 기후팀, 기후전문기자, 보도공간이 일부 확보되었으나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담당 기자 설문에서는 이런 답변이 나왔다. △뉴스룸에서 이 주제에 대해 같이 소통하는 일은 없다. △방송사의 경우 이 문제를 재난에 연결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제지의 경우 기후문제 자체보다는 산업적 의제로서 그 중요도를 평가한다. △뉴스룸의 관점이 기후문제 자체가 아니라 기후보도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소양을 갖춘 데스크의 부재이다. (진민정 외, 『기후저널리즘의 원칙과 교육방안』, 2023)

기자들이 생각하는 국내 기후보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정·재계 검증 및 감시 소홀 △계절성 보도 △정치적 양극화 △논리적 비약 △한정된 취재원 선택 △일관성 없는 보도 △기사 내용의 획일화(한국언론진흥재단,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2021) 별도의 기후팀이 있는 언론사조차 해외 전문기관이 발표한 과학적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깊이 있는 비판과 대안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피상적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유사한 내용과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기후보도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은 2024년 3월 (사)기후솔루션, (사)우리들의미래와 손잡고 기후기자클럽을 출범시켰다. 이어 12월 컨퍼런스에서는 “기후위기를 특정 분야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횡단적 이슈로 다뤄야 한다, 시민 참여와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내는 보도가 필요하다.”라는 등의 논의를 펼쳤으며, 기후보도 지원기관이나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이뤄졌다. 한국방송학회와 숙명여대 지구환경연구소 주최로 2025년 10월에 열린 ‘기후위기 시대, 소통전략 모색’ 컨퍼런스 역시 횡적 확대(기후변화라는 해시태그를 달지 않은 주식, 자동차 기사도 기후보도의 영역이다)와 종적 심화(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깊이 들어가야 한다)를 강조했다.

이처럼 학계와 언론단체가 앞장서고 있지만, 언론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만 하더라도 녹색전환연구소를 중심으로 기후정치바람이라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선거에서 기후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막상 총선 캠페인이 시작되자 기후정책 보도는 사라지고 유세현장과 후보 중심의 경마식 보도로 되돌아갔다. 기후문제는 현재 저널리즘의 구도 속에서 제 자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후는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언론에서도 기존 관행이나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다루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보도의 원칙과 기준

뚜렷한 집단적 움직임이 없는 한국 언론과 다르게 영국·프랑스 등 유럽 언론들은 기후문제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보도로 유명한 영국 《가디언》은 2019년, 2020년에 이어 2022년에도 ‘환경서약’을 발표했다. “보도의 질과 독립성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의 탁월하고 영향력 있는 환경보도를 지속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낼 수 있는 최근 글로벌 지표를 보도”하고 “화석채굴 기업들과의 사업적·재정적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와 《우에스트프랑스》, 솔루션저널리즘 연구교육기관인 르포르테르데스푸와, 유럽방송기자연맹, 기후저널리즘 분야의 비영리 언론단체인 커버링클라이밋나우(CCNow)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등은 2020년대 들어 각각 기후저널리즘 가이드라인이나 헌장을 발표했는데 약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통점이 있다.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 기후위기는 환경이나 과학이 아니라 전 분야(출입처)에 걸쳐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범위를 확장하고 횡단적인 방식으로 보도한다.
②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을 두고, 최대한 명확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예컨대 모든 기상 현상을 막연히 기후변화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③ 이해하기 쉽고 현실적인 언어와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해 독자와 소통하며,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노력한다.
④ 기후문제를 사람의 문제, 지역의 문제로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로 느끼도록 한다.
⑤ 기후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희생자들과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후정의의 관점을 취한다.
⑥ 기후위기의 문제점과 함께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후문제의 심각성만 강조하면 독자는 무력감이나 우울증에 빠져서 오히려 문제를 외면하기 쉽다.
⑦ 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그들의 광고나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업들의 진정한 기후대응과 그린워싱을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⑧ 교육 등을 통해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인다. 기후위기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교육이나 지원기관이 필요하다.
⑨ 협업적 기후저널리즘이 필요하다. 국가와 문화를 초월하여 각 언론사들이 힘을 합쳐 서로에게 배우고 공동의 노력으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⑩ 언론 스스로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즉 저널리즘 실천에서 저탄소, 탈탄소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기후행동을 독려할 수 없다.

기후저널리즘과 관련,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사실 자체가 기후보도의 복합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을 대변한다. 기후보도는 과학적인 동시에 사회적 사실이며, 현재의 문제인 동시에 미래의 문제이며, 우울한 가운데 희망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없던 시대에 확립된 객관적 저널리즘의 문법, 즉 균형과 중립을 중시하는 인용보도만으로는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기후보도를 위해서는 팩트체크저널리즘, 솔루션저널리즘, 아젠다저널리즘, 임팩트저널리즘 등 새로운 보도기법이 도입되고 실험되어야 한다.

“뉴스룸이 기후변화 보도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오늘날의 저널리즘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후저널리즘을 위해 투자하고 이를 제대로 구현한다면, 미디어조직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용보도 중심에서 지식 및 사실 중심의 보도로 전환할 수 있고, 이는 보도를 더욱 심층적이고 건설적이며 솔루션 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젊은 수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구축을 도울 수도 있고, 학습지향적 사고를 개발하고 협업을 촉진할 수도 있다.”( 『기후저널리즘의원칙과교육방안』)

새로운 상상을 위한 10개의 관점

기후보도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기 위해 기후저널리즘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헌장에서 부분적으로 제시된 10개의 관점을 뽑아서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본다. 기후위기는 현재 사회경제체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정책이나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문제이기에 좀 더 근본적이면서 대담한 관점이 필요하다.

① 종말론
종말(end:시간)과 파국(catastrophe:사건)은 다르다. 종말이란 어떤 것의 끝이나 마지막 순간이며 파국은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붕괴, 대참사, 복구 불가능한 비극적 결말을 뜻한다. ‘탄소사회의 종말’(조효제의 책 제목) 또는 ‘근대문명의 종말’(김종철의 책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은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과제이다. 구시대의 종말을 수용하고 새로운 미래, 즉 재생에너지 중심사회, 생태문명으로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후보도는 현재 사회경제체제의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문제로 눈을 돌려서 이행(transition)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전환(transformation)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② 정파성
기후위기 대응은 공적 투자의 확대, 다양한 정책적 개입과 계획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이산화탄소 배출업종의 퇴출과 함께, 산업전환의 충격 완화와 대안 수립을 위한 경제정책과 시민교육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 의제는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보수정당과 중도개혁정당이 양당체제를 형성한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성장이 아닌 생태 가치를 중시하는 제3당이 참여할 여지가 없다. 기존 정치의 진보·보수가 아니라 기후문제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재편되어 생태민주주의를 추진해야 하기에, 기후보도는 진지한 정치기사가 되어야 한다.

③ 과학과 사회
프랑스 언론인 1500여 명이 참여한 ‘생태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2022)을 주도한 안 소피 노벨은 “기후문제는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경고하는 ‘과학적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사실’이 되었기에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질문에 기후문제를 통합하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과학(자연)과 사회(인간)를 구분하는 것은 근대 전통이다. 그러나 자연으로 간주됐던 비인간 행위자들이 끊임없이 인간사회에 간섭함으로써 둘은 분리될 수 없다. 기후위기는 과학과 사회를 통합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기회가 된다. 극소수 과학 전문기자를 빼고는 대부분 사회 영역에 치중해온 언론인의 관심과 전문성이 변해야 한다.

④ 저탄소저널리즘
기후저널리즘(climate journalism)이 기후위기의 심각성, 원인, 영향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사회 인식 변화와 대응을 촉구하는 포괄적인 접근이라면, 저탄소저널리즘(low-carbon journalism)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탄소배출량 분석, 저탄소사회 이행과정에 초점을 맞춰 실천적 해법과 정책, 기업 및 개인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접근이다. 이런 점에서 기후저널리즘이 심화, 발전한 것이 저탄소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를 배제하고 언론사 내부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직접행동을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저탄소 생활을 권유하고 사회적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윤리를 실천한다.

⑤ 기후문화
기후문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물질사용량이라는 기준으로 기존 문화를 바라보자는 뜻이다. 기후위기가 문제가 되지 않던 시절의 문화는 선진국일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물질사용량이 많았다. 예컨대 문화예술 분야 가운데서도 ‘화이트큐브’라 불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전시장을 새로 짓고 뜯어내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반면 도서관은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다. 언론사 역시 작업과정에 대한 자체 검증과 반성이 필요하다. 영국 《가디언》은 2030년까지 자사 탄소배출량의 3분의 2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가장 오염이 심한 교통수단인 항공여행을 피하려고 가능한 해외 출장을 삼가기로 했다.

⑥ 인간화
기후위기는 전 세계에 걸친 거대한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보통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에 닥치는 위험과 변화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즉 단순히 과학적 사실이나 멀리 떨어진 북극곰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가족, 이웃의 이야기이다. 세계적인 기후운동을 촉발한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와 미래세대의 관계를 드러내고 복잡하게 갈라진 기후운동 진영에 긴급성을 호소함으로써 2019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에서 미래세대가 소송원고로 등장하면서 기후위기의 인간화를 실현했다. 기후위기의 다양한 면모를 더욱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로 표상하는 것이 기후보도의 역할이다.

⑦ 지역화
기후위기를 지역의 문제로 보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흔히 기후위기를 지역과 관련짓는 보도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건·사고,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계층의 어려움,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교통의 에너지 전환이나 폐기물 감축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다시 기후변화로 바꿔서 표기하자는 의견처럼 일단 달라진 기후는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 되었다. 이는 변화된 기후에 맞는 좋은 삶을 찾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를 돌봄의 가치로 헤쳐나간다고 생각하면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자연 돌봄, 기반시설 돌봄, 사물(중고품) 돌봄, 마음 돌봄, 마을 돌봄 등이 기후보도의 소재가 된다.(한신대 생태문명원, 『기후 돌봄: 거친 파도를 다 같이 넘어가는 법』 참고)

⑧ 그린워싱
언론이 기업의 그린워싱을 경계하고 점검할 수 있는 관점과 태도,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기사는 기업이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참고해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정보공개가 폐쇄적이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ESG라는 측정지표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저널리스트의 전문성, 전문가의 도움, 언론계 안팎의 지원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흔히 그린워싱은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 같지만, 정부도 언론도 그린워싱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언론이 사회 섹션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고 자동차 섹션에서는 이례적인 SUV 판매량과 자동차산업 부흥을 알리는 기사를 동시에 내보낸다면 이 역시 그린워싱이다.

⑨ 활동가
“기자는 활동가를 뉴스메이커로 생각해야 하며, 정부나 기업 관계자들을 다루는 것처럼 그들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보도해야 한다.”(기후보도 지원기관, 커버링클라이밋나우) 활동가들에게 우호적이거나 그들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검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활동가들의 퍼포먼스, 예컨대 매년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의 다이인(Die-In,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죽은 듯 길에 드러눕는 행위)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치권과 정부를 향한 참가자들의 주장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주장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다.

기후정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기후정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며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 평등을 보장하는 것.”(제2조 12호) 사회정의 실현을 주요한 존재 목적으로 삼아온 언론이 기후정의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아가 기후정의를 인간 넘어 비인간생명과 생태계까지 확대하면 결국 기후정의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생태적 한계를 지키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현재 기후저널리즘의 시급한 과제는 기후문제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와 결합하고 일상생활에 더욱 밀착됨으로써 특별한 기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기사가 되는 것이다. 즉 기후라는 관점이 보도 전반에 스며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기자, 전문기자만이 아니라 모든 부서의 기자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이고도 유익한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예컨대 정치기사라면 그 바탕에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도와 함께 기후정의라는 관점이 깔려있어야 한다. 경제기사는 은연중 보도의 전제가 돼온 경제성장이라는 가치를 기후대응과 생태계 보전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기후 관점의 장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는 보도는 이미 합의 이슈(valence issue)로서 별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다음 단계인 행위 영역으로 나아갈 때 발생한다.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전기세를 올린다든지,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자력발전을 계속 유지한다든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부터는 서로 입장이 갈라진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갈등적 양상으로 표출되는 당파적 이슈(positional issue)로 변화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의 입장은 여론과 정치, 정책을 움직이는 데 매우 중요해진다. 올바른 의제를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에서 발제 중인 한윤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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