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정신'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굽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충실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용기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영희재단은 '리영희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위하여 '리영희상'을 만들었습니다.

제4회 (2016년) 리영희상 - 수상 소감 & 수상자 소개

4회
작성자
재단 사무국
작성일
2019-10-10 07:50
조회
1867

 


4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백 도 명


  리영희 선생님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 뵙지도 못했는데, 돌아가신 이후에야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뒤늦게나마 무엇보다 큰 가르침, 그리고 이렇게 꾸짖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75년 대학에 들어가면서 읽게 된 선생님의 책 덕분이었습니다. 책을 돌려 본 다른 학우들에게도 그러했지만, ‘전환시대의 논리’, 그리고 ‘8억인과의 대화’는 ‘어 그래?’라는 순간을 불러 온 책들이었습니다. 특히 의대생이었던 저로서는 ‘맨발의 의사’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문화와 그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냉전시대의 도그마로 가려진 우상의 건너편에도 인간이 있다는 자각을 가져다 준 만남이었다고 이제야 말씀드립니다. 그 이후 저는 의사가 되었고, 직업병, 환경병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없던 시절 리영희 선생님께서 한겨레신문을 만드시는 줄 알았지만, 당장 함께 하지 못하고 주주가 되는 것은 귀국한 이후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냉전과 독재가 만들어낸 우상을 깨부수는 선생님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아프시다는 말씀에도 의사이지만 치료에는 젬병인 저로서는 그냥 소식을 전해 듣는 처지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러다 직접 만나 뵙지 못한 사이, 어느 한 지인을 통해 선생님의 대담이 출간되었다는 것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금 선생님의 이름을 되뇌일 때면 우상을 깨뜨려 진실을 드러내기, 합리적 의심을 말과 글 그리고 실제 삶과 행동으로 담아내기가 떠오릅니다. 저는 소위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 치부되는 자연과학분야에 종사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내는 우상이 단지 사회과학분야만이 아니라, 제가 일하는 분야에도 횡횡함을 봅니다. 흔히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위험한 기계나 유해한 독성에서 찾지만, 결국은 그 위험성과 유해함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우선순위의 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더 나아가 위험성과 유해함 즉 안전과 건강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권에 대한 시각에서 기인함을 깨닫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기계와 편리한 물질들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우리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걷어내었을 때, 안전보건의 문제는 기계와 물질의 생산, 분배, 판매를 선점하고 독점하기 위한 권력과 그를 행정관리 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한 권력이 결탁하는 과정에서 기인함을 목격합니다. 원칙적으로 완벽한 안전이란 없으며, 의심되지 않는 안전은 최선의 안전이 아님이 그 동안 거듭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에 대한 과학적 엄중함이 비용과 관리의 문제, 나아가 가치와 인권의 문제를 가리는 겉포장이 되고 있는 현실을 봅니다. 한편 선생님의 첫 저작,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제 삶의 화두가 된 물음은 왜 세상이 변화할까 아니 변화해야 하는데도 왜 변화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주신 화두는 언론자유는 실천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삶에 그 답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선생님의 삶에서 글쓰기라는 실천을 넘어, 글과 삶이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졌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행동이 배움의 과정이며,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삶이 주위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먼저 나서며, 내가 스스로 변해야만 세상이 변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도 그에 못 미치고 있네요. 여성주의를 어색해 하는 남자로서, 고학력 지식인으로서, 이성애자로서, 그리고 정상인으로서 같이 해야 할 많은 사람들인 아내와 아이들과 주변사람들과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아픔 위에 아직도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과정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오늘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백만의 목소리가 모아지는 날입니다. 박근혜씨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가 그 동안 쌓여 있다가, 그간의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었음을 박근혜씨의 입을 빌어 확인하는 순간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왜 좀 더 일찍 박근혜씨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를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못하였는지, 혹시 그 동안 내 안에 있는 박근혜식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가 그를 용인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각자 모두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진정한 변화는 임계점에 이르러 끓어오르는 물과 같은 변화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부 같이 변해야 합니다. 진보는 단지 각자의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때 앞서 갈 수 있습니다. 정치적 진보가 문화적 진보를 돌아보며, 문화적 진보가 사회적 진보를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는 회색지대 지식인의 탈을 아직 벗지 못한 제가 초록빛 들판에 황토빛에 물든 손발로 버티고 선 농부처럼 합리적 의심을 증명하는 삶을 묵묵히 살아내신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오늘을 빌어 리영희 선생님의 삶과 함께 그러한 삶을 존경하고 그에 깃든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재단관계자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세검정 다락방에 숨어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며 백도명 올립니다.  


수상자 소개


  학력



  1. 3. ~ 1977. 2.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의예과

  2. 3. ~ 1981. 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3. 9. ~ 1986. 8. London University (LSHTM) 산업의학 석사

  4. 9. ~ 1990. 8.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산업의학 박사


  연구경력



  1. 3. ~ 1983. 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인턴

  2. 2. ~ 1990. 6. Harvard University Teaching Fellow

  3. 7. ~ 1992. 2. US CDC NIOSH Visiting Scientist

  4. 7 ~ 1995. 6. 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의학실장

  5. 1 ~ 2006. 6.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6. 8. ~ 2007. 6. WHO Euro ECEH Scientist

  7. 10 ~ 2015. 8. WHO WPRO consultant

  8. 2. ~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회활동 2003 ~ 2005 노동건강연대, (전)상임대표 2007 ~ 현재 Ban Asbestos Network Korea, 대표 2008 ~ 현재 Collegium Ramazzini, Fellow 2013 ~ 2014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상임의장 2014 ~ 현재 삼성반도체백혈병 중재위원회, 위원 2010 ~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전문분야 직업환경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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