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네만과의 편지 85.03.20(리영희가 슈베르트 교수에게 보낸 편지)
클라우스 폰 슈베르트 교수
학제간 연구를 위한 개신교 연구소
하이델베르크 독일
1985년 3월 20일
친애하는 슈베르트 교수님,
교수님의 연구소처럼 권위 있는 기관에서 동아시아지역 연구 프로젝트에 초청해주셔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지적, 학문적 성취가 요구되는 이 원대하고 결의에 찬 프로젝트에 제가 정말 적합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와 중국어에는 능통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독일어는 매우 서툽니다.
이러한 고려사항으로 인해 이 기회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작년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교수님의 제안에 응답하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출국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국이 허용될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 도쿄에 있는 도쿄대학교에서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어떻게든 당국을 설득해 특별 출국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 서울이 아닌 이곳 도쿄에서 교수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사본이 동봉된) 공식 초청장은 제가 일본으로 출국하는 2월 1일을 불과 3일 앞둔 1월 27일에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교수님의 친절한 초청에 대한 회신이 늦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관찰하는 것은 제가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수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더 넓고 깊은 지식과 정보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유효하다면 늦었지만 교수님의 친절한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 가지 더 상의할 사항이 있는데, 현재 도쿄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5월 말까지 두 달 더 남아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슈베르트 교수님? 교수님의 연구소에서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려 깊게도 이를 받아들여주실 수 있다면, 제가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필요한 정보와 함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당신의,
리영희 (Lee Yueng-hui)
추신: 제 이름은 영문 철자를 위와 같이 씁니다.
영어 원문
INSTITUTE OF SOCIAL SCIENCE
UNIVERSITY OF TOKYO
Mongo, BUNKYO-RU, TOKYO
Prof. Dr. Klaus von Schubert
Protestant Institute for Interdisciplinary Research
Heidelberg Germany
March 20, 1985
Dear Prof. Schubert.
I feel honored, indeed, to have been invited by such a prestigious organization as yours for a research project for the East Asian Region. To be frank and honest, I cannot but wonder if I do really qualify for the lofty and purposeful project which requires the highest level of moral, intellectual and academic achievement. Besides, I am very poor in German, to my great regret, although I am well versed with Japanese, English and French as well as Chinese.
These considerations obliged me for a long time in the last year as to whether I should avail of the opportunity, hesitating to make up my mind to respond to your offer. Uncertainty of my chance of being allowed to leave the country was another reason 1 was hesitant, for I was not allowed to do so for the last twenty years or so.
Meanwhile, Tokyo University, Tokyo, Japan, extended me an invitation to work with its Institute of Social Sciences, and I somehow managed to persuade the authorities to issue me a special permit of exit. This is how I'm writing to you here in Tokyo, instead of in Seoul, Korea.
Your formal letter of invitation(a copy of which is herein enclosed) was handed to me on 27, January, only 3 days prior to the date of my departure, February 1st, for Japan. This is also why I'm so late in replying to your very kind invitation. The study and research as well as the observation in Japan help me broaden the horizon of my grasping the international situations in East Asia. This helps me, I think, to equip myself with wider and deeper knowledge and information necessary to participate in your project. Therefor, I finally made up my mind to make the best use of your kind invitation, provided it still stands even this late.
One another matter to be consulted with you is that my current project here in Tokyo University requires me another month until the end of May. Will this be alright, Mr. Schubert? I may be able to work in your institute from early June to the end of September.
If you are so considerate as to deem it acceptable, please notify me along with necessary information regarding whatever preparation I should make for the project.
Faithfully yours
Lee Yueng-hui
PS: I spell my name in English as sig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