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換時代의 論理-아시아·中國·韓國』. 創作과批評社. 1974년 (초판)

머리말

하찮은 논문집을 내면서 옛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地動說을 증명한 코페르니쿠스의 『天體의 回轉에 관하여』라는 책의 출판을 위탁받은 신학자 오리안더는 교회권력과 神學도그머와 그에 사로잡혀 있는 민중의 박해 때문에 그 책을 <事實>로서가 아니라 <假說>이라는 궤변을 서문에 삽입하여 출판했다.
어느 시대에도 궤변은 필요하다. 이 속에 수록된 몇 편의 글은 발표될 때에도 빈약한 한 사회과학도의 <假說>이었던 것처럼, 코페르니쿠스의 地動說이 발표된 때부터 531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역시 가설이다. 격에 안맞는 코페르니쿠스와의 비교를 自請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政治的 神學>의 도그머가 지배하는 날까지는 가설인 것으로 나는 만족한다는 것이다.
가설일 수밖에 없기에 꼭 들어가야 할 事實을 넣지 못한 것도 적지 않다. 발표 당시, 편집자의 요청으로 用語를 시대적 도그머와 타협한 것도 있다. 한 例로 <傀>가 같은 비과학적인 感性的· 政治的 목적의 용어이다. 또 편집자의 판단(주로 紙面관계라고 생각하지만)으로 삭제되었던 것도 한두 가지 예외를 빼고서는 발표했던 대로 남겨두었다. 그 나름으로 조그만 역사적 기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진정한 사회과학이 성립하기 힘든 제반 조건 속에서 나는 특히 中國문제에 관해서 <解說者>이상을 자처해 본 일이 없다. 10여년에 걸쳐서 쓴 논문의 일부를 모은 이 선집은 그런 뜻에서 《假說의 解說書》에 지나지 않는다.
어려운 속에서 그때 그때 발표의 기회를 준 여러 편집자들과 특히 한 권의 책으로 모아서 출판될 수 있는 기회를 준 創作과批評社 측에 감사를 드린다.

197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