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이겨라”를 외치니 그들이 와서 인사했다 / 정욱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4-01 21:10
조회
379

“조선 이겨라”를 외치니 그들이 와서 인사했다



 


 


 


 


 


정욱식(리영희재단 상임이사)


내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고 부른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그들이 우리를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한국)’이라고 부르듯 우리도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3월 9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조선과 중국의 아시아 여자축구 경기 응원에 나선 한국 시민들과 호주 동포들은 경기장에서 “조선 이겨라”를 목청껏 외쳤다. 경기가 끝난 후에 조선 선수들은 우리를 향해 인사했다. 우리는 그들의 인사에 손을 흔들고 함성을 외치며 화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날엔 조선 선수단이 호주 동포를 통해 우리 응원단에 감사의 뜻도 전해왔다. 우리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조선’으로 대하자 그들도 호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변화를 통한 접근’이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경기 직전 경기장 앞에선 인공기 여러 개 들고 응원을 준비하는 호주 청년들을 만났다. 이런 대화를 나눴다.

- 조선 국기는 왜 들고 있어요?
“조선을 응원하기 위해 갖고 왔어요.”
- 조선을 왜 응원하세요?
“조선 여자 축구가 매우 인상적이에요. 우리 모두 조선 여자축구팀 팬인데, 호주까지 와서 경기를 한다니 흥분됩니다.”

문득 ‘우리는 언제 인공기를 들고 자유롭게 응원할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담긴 질문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전날에는 한국 응원단과 호주 응원단이 모여 응원 구호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떤 분은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통일’을 외치겠다고 했고, 어떤 분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우리가 이 자리에 왜 모였는지 생각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조선팀을 응원하러 온 만큼, 그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표현이나 도구 사용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과정을 거쳐 “조선 이겨라”라는 응원 구호에 모두가 흔쾌히 합의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평화네트워크는 ‘바늘구멍’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호주 응원단을 조직했었다. 리영희재단도 최근에 나온 단행본 ‘나와 리영희’ 수십권을 호주 동포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함께 했다.

앞으로도 한국과 조선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국제 스포츠 대회는 많이 있다. 올해 9∼10월에는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조선은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도 불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여러 단체와 인사들, 그리고 재일동포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아시안게임 응원에도 나서려고 한다.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민후관(先民候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 응원단과 인공기를 든 호주 시민이 ‘조선 힘내라’를 외치고 있다.
조선-중국 경기 직후 조선 선수들이 우리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조선팀이 골을 넣자 한국 응원단이 기뻐하고 있다.
인공기를 든 호주 시민들이 경기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저자 프로필 출처: 한겨레

전체 0

전체 40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긴급토론회]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
[긴급토론회]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
[긴급토론회]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
관리자 | 2026.06.11 | 추천 0 | 조회 149
관리자 2026.06.11 0 149
공지사항 <나와 리영희> 출간기념 광주·전남 북토크
<나와 리영희> 출간기념 광주·전남 북토크
<나와 리영희> 출간기념 광주·전남 북토크
관리자 | 2026.04.15 | 추천 0 | 조회 647
관리자 2026.04.15 0 647
38 “조선 이겨라”를 외치니 그들이 와서 인사했다 / 정욱식
“조선 이겨라”를 외치니 그들이 와서 인사했다 / 정욱식
“조선 이겨라”를 외치니 그들이 와서 인사했다 / 정욱식
관리자 | 2026.04.01 | 추천 1 | 조회 379
관리자 2026.04.01 1 379
37 [성명서] 전쟁의 시대, 대법원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판결을 확정하라
[성명서] 전쟁의 시대, 대법원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판결을 확정하라
[성명서] 전쟁의 시대, 대법원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판결을 확정하라
관리자 | 2026.03.14 | 추천 0 | 조회 397
관리자 2026.03.14 0 397
36 [현장기록]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현장기록]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현장기록]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관리자 | 2026.02.03 | 추천 3 | 조회 474
관리자 2026.02.03 3 474
35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기록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기록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기록
관리자 | 2026.01.03 | 추천 1 | 조회 547
관리자 2026.01.03 1 547
34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나와 리영희〉 출간 기념 북토크
관리자 | 2025.12.30 | 추천 0 | 조회 730
관리자 2025.12.30 0 730
33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 &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 &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 &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
관리자 | 2025.12.06 | 추천 0 | 조회 673
관리자 2025.12.06 0 673
32 제1회 기후보도상 수상작 발표
제1회 기후보도상 수상작 발표
제1회 기후보도상 수상작 발표
관리자 | 2025.11.28 | 추천 3 | 조회 896
관리자 2025.11.28 3 896
31 [긴급토론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 2025.11.07 | 추천 0 | 조회 779
관리자 2025.11.07 0 779
30 기후위기를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이유 / 윤원섭
기후위기를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이유 / 윤원섭
기후위기를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이유 / 윤원섭
관리자 | 2025.11.01 | 추천 1 | 조회 843
관리자 2025.11.01 1 843
29 [참관기]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참관기]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참관기]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관리자 | 2025.10.01 | 추천 1 | 조회 952
관리자 2025.10.01 1 952
28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포럼] 트럼프의 미국과 탈단극의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관리자 | 2025.09.04 | 추천 0 | 조회 992
관리자 2025.09.04 0 992
27 [참관기] 유영수·김영희 부부 토크쇼
[참관기] 유영수·김영희 부부 토크쇼
[참관기] 유영수·김영희 부부 토크쇼
관리자 | 2025.07.01 | 추천 3 | 조회 1624
관리자 2025.07.01 3 1624
26 [참관기] 이삼성 교수 특별강연 <트럼프의 미국과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참관기] 이삼성 교수 특별강연 <트럼프의 미국과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참관기] 이삼성 교수 특별강연 <트럼프의 미국과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관리자 | 2025.05.02 | 추천 1 | 조회 1175
관리자 2025.05.02 1 1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