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평화’를 위해 ‘리영희’다운 역할을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리영희재단 3기 이사장을 맡게 된 권태선입니다. 

 

   리영희재단은 한평생 진실에 대한 불굴의 집념으로 한반도를 옥죄고 있던 냉전체제와 맞서 싸웠던 리영희 선생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2012년 설립되었습니다. 선생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 같은 것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음에도, 우리가 소박한 규모나마 재단을 만들었던 까닭은 아직 ‘리영희’의 이름으로 할 일이 남아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8년간의 재단 활동은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리영희상과 다큐멘터리 지원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우상과 거짓을 들춰내고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 시대의 리영희’들에게 선생이 끼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양한 시민강좌를 통해선 스스로 깨어있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선생이 강조하신 비판정신의 중요성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단을 이유로 주변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선생의 뜻을 따르다 보니 한정된 자원의 한계로 인해,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하여 재단은 지난 해(2020년)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동안의 재단활동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선생은 일찍이 자신의 글은 물론 그 자신마저 잊혀지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은 아직 선생의 글이나 선생 자신이 잊혀질 수도 없고, 또 잊혀져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 탈진실의 시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른바 ‘신냉전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한평생 진실에 복무하며 냉전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을 찾기 위해 고투했던 선생의 삶과 글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까닭입니다.

   다양한 논의 끝에 우리는, 재단이 그동안 해왔던 활동에 더해, 선생의 평생의 화두였던 언론문제와 한반도문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이 기레기로 폄하되고 별다른 검증없이 누구나 언론을 자처할 수 있게 된 1인미디어 시대를 맞아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스트와 비판적 안목을 갖춘 미디어 수용자들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한반도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각종 활동을 전개하고, 한반도 평화에 뜻을 같이하는 국내외 여러 세력들과의 연대 활동도 펼칠 것입니다.

   백영서 전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듯이 리영희 재단은 선생의 '거룩한 정신'과 '탁월한 업적'을 단순히 기리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선생이 살아계셨더라면 했음 직한, 선생의 이름에 걸맞는 '리영희다운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단활동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후원자 여러분이 계셨기에 그동안 미력하나마 재단이 이러한 구실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도움을 주신 후원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재단이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기왕의 후원자 여러분 이외에 선생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여러분과 연대해 재단이 선생이 꿈꿨던 진실이 지배하는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에 자그마한 주춧돌 하나 놓을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런 분야에서 조금이나마 성취를 이뤄나간다면, 생전에 재단 설립에 부정적이었던 선생도, 선생의 이름을 걸고 하는 우리의 활동을 더 이상 나무라지는 않으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기대하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단법인 리영희재단  3대 이사장   권  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