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집필생활을 마감하며- 리영희 저작집 출판기념회 인사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5 12:43
조회
2128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과 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격조했던 차에 우정을 나누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제가 하고자 했던 지난날의 일에 관해서나 내 저작이나 발언이나 행동에 관해서 지나치게 과찬의 말씀들이긴 했으나 그런대로 저는 받아들이기로 하고 오로지 감사의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하객 여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하객이라는 용어가 맞는지 모르지만. 그동안 50년간 제게 닥쳤던 모든 어려움과 곤란이 있을 때마다 나를 지도해주고 도와주고 물심양면으로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해주었고 그리고 때로 나에게 충고와 지탄과 함께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모든 여기에 오신 한분 한분의 그와 같은 우정이 없었다면 지금 아마 이 자리에서 행사와 저 자신 이 자리에 설 기회가 없었을지 모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그와같이 감정적인 애정과 우정의 도움을 주었다면, 글을 쓰지 않기로 하고나서 지나간 세월을 반추해보고 반성해보고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특히 이번 저작물을 내면서 여러분과 같이 감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반대하고 비판하고 나의 글에 대해서 때를 묻히고 심지어 핍박을 가했던 그와 같은 많은 분들, 그런 분들도 저는 사실 이 자리에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대장을 그런 분들에게도 보내주십사 주최측에 요청드렸는데 보냈는지 안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런데 (오신 분이) 별로 없습니다만 그 분들에 대해서도 이제 새삼스럽게 50년 나의 삶과 집필과정을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했던 그 사람들, 그 세력, 그 집단, 그 사상에 대해서 일단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여기 오신 분들 모두가 우정적인 동지 감정적으로 나를 지켜주셨다면, 그런 분들과 집단과 권력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역시 나를 키워줬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만약에 그런 개인과 집단과 권력체가 나에게 가해하고 항상 나를 주시하고 비판의 눈으로 응시하면서 뭔가 나를 견제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때로는 마침내 영어의 몸으로 되기까지 가야했던 상황들 속에서 그들이 만약에 나를 그렇게 감시하고 비판하고 압력을 가하고 고통을 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자칫 나의 성격의 부족함이나 결함 때문에 학문을 함에 있어서 또는 연구하고 글을 쓰는데 있어서 경거망동 했을지 모르고, 연구의 깊이를 그렇게 추구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흠을 잡히지 않고 나의 사상과 글과 책이 가능한한 완벽하게 지어지도록 그런 노력을 했을까 의아심을 스스로 갖게 됩니다. 역시 그와 같은 나의 대자(對自)로서의 적자(敵者)로서의 위치를 달리하는 관점을 달리하는, 많은 벗들보다 오히려 힘이 더 강한 눈초리와 채찍과 요소를 나에게 마련해 언제나 내 반성과 자기비판과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하게 하지 않았다면 나의 글은 위태로울 수도 있었고 그만한 정도나마 깊이와 정확성을 가지기 힘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작이나 글에 대해서는 대충 앞에서 백낙청 선생을 비롯해서 김민웅 선생 말씀 들었으므로 그대로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원했던 사회변혁의 목적과 사회변혁과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관념과 사상의 변화발전 분량의 50%는 이제 몇해 동안에 달성되지 않았나. 물론 그것은 50년에 걸친 큰 대중적 고난과 눈물과 피와 모순과 이런 것이 다 대가로 치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50%는 이루어지지 않았나. 또 생각하면 그 사이에 많은 후학, 후배들이 양성되었고 부족한 나의 글과 생각과 행위로 말미암아서 이 나라를, 이 사회를 이끌어갈 동량들이 늠름하게 육성된 그런 변화에 한 사람의 일조하게 돼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글을 이제 안쓰기로 하면서 총결산을 하면 고생도 많았고 눈물도 많았고 했지만 내가 태어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몫은 다한 셈이라고 봅니다. 부족한 재능과 여러모로 결함많은 나에게도 이 정도나마,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뜨겁게 치하해주는 이 영광에 더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낍니다. 가끔 신문에서 내 몸이 뇌기능이 나빠지고 나이도 들었고 '이제 세상에 말썽을 일으키는 글은 좀 그만 써라'는 뜻으로 나에게 뇌출혈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웅 선생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을 나는 하늘의 뜻으로 받고 50년 했으면 됐지 그 이상 원한다거나 하고자 한다는 것은... 좀 더 겸손해야지. 그것을 하늘의 뜻으로 오히려 축복으로 나를 위해서 내려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명심보감에 짧게 나오는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 하늘의 뜻에 순응하면 흥하고 하늘의 뜻을 모르고 까불면 망한다는 그 뜻을, 또 하나의 교훈으로 지족자(知足者) 불태(不殆)라 족함을 알면 그 삶에 위태로움이 없다. 이제 족함을 깨달았으니 이제 감옥은 안가겠지요(웃음). 대단히 감사합니다(박수).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