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2.20 월남전 1년 -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조선일보 1966.12.20
66년 세계의 톱뉴스
월남전 1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한국인이 맡을 평정계획
자치-자급활동을 뒷받침
「지도반」 이외에 경비반도
2천명 단위로 한 수용소
세계는 월남 사태를 66년 뉴스의 으뜸으로 뽑았다. 모든 규모에서 우리가 경험한 한국동란 때보다도 더 커진 월남전은 4일 후에 있을 48시간의 휴전을 거치면 새해 들어 더욱 치열해질 기색이다. 한국이 깊숙이 개입하게 된 월남사태는 66년 한 해 동안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여러모로 종합해본다.
이미 많은 한국 민간기술자와 병력이 월남 평정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몇 차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 평정계획을 서두르는 것은 군사정세가 어느 정도 회복됐기 때문이다. 월남에는 약1만1천개의 자연부락이 있다. 이 중 정부 지배하에 있는 것은 약 3할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획은 한 마디로 「집단수용 부락」을 만드는 것이다. 점령지구가 넓어지면 약 2천 명의 농민을 단위로 한 수용소를 만들어 매 수용소마다 59명씩의 「평정지도반」을 배치한다.
작업반은 건축, 행정, 선전, 의료, 보급 등 각종 기술원으로 구성된다. 이들 지휘하에 2천 명은 농업, 노동, 양돈 등 각종 작업반으로 편성, 마치 인민공사와 같은 하나의 자치, 자급 활동을 하는 것이다. 주월미군의 금년 1년 동안의 자연부락 탈환 목표는 6백 개였지만 사실상 몇 개나 정부 지배하에 들어왔는지는 분명치 않다.
수용부락에는 지도반 이외에 이 지역과 수용소를 경비할 반(半)정규군이 필요하며 이 두 가지 목적을 한국인 제대장병이 맡게 된다. 평정계획은 여태까지 월남군과 미군이 발을 들여 놓지 못했던 월남인구의 약 40%가 사는 남부 메콩 델터 지역에서 착수될 예정인데 외국 군대의 지역 개입을 거부해온 월남 제4군단장이 11월말에 전임됨으로써 계획은 본격화했다.
지도반은 13개 주의 특별훈련을 받고, 수용소마다 배치돼있는 미국인 고문관들의 사실상의 지휘하에 움직이게 되지만 외국인에 대한 불신감과 자존심이 강한 월남인들에 대한 이 계획이 얼마나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시작했던 비슷한 계획한 과거에 모두 실패했었다.
앞으로 가게 될 약 3만 명의 한국군 제대기술자가 이 사업의 주역을 맡는 것이다.
전장 3장
하루 전비 6천만불
쌍방피해 서로 달라, 투탄량 … 2차전 때보다 많은 64만 톤
미군 … 한국전 넘어선 40만선, 병력 3.7 대 1
<전비>
미국은 월남전쟁에 얼마만한 돈을 퍼붓고 있을까. 미국정부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의 전비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그에 관한 세밀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작년 전반기의 월남 전비를 매월 약 10억 달러라고 말했으나 정부의 돈줄을 잡고 있는 하원국방예산위의 러드 부위원장은 사실은 매월 15~18억 달러일 것이라고 말한바있다.
미국의회는 금년도 국방 총예산으로 추가예산 1백31억 달러를 합쳐 5백80억 달러로 승인했었다.
67년도 예산으로 승인된 국방예산 약 7백20억 달러인데 이 중 월남전 예산이 연간 약 2백43억 달러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것은 매월 월남전으로 소비되는 돈이 20억 달러, 하루 평균으로 해서 약 6천만 달러가 되는 셈이다. 원화로 치면 월간 전비 약 5천4백억 원, 하루 비용 약 1백80억 원이 된다(1달러 당 2백70원).
이것을 미국의 대외원조액과 비교해보면 월남전쟁을 위한 어마어마한 출혈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1945년 해방 이후 금년 전반기까지 한국에 대해 군사-경제 원조로 총 66억5천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되어있다(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지). 한국에 대한 그 많은 21년반 동안의 군사-경제지원 총액은 월남전쟁을 1백일 정도 지탱하는 것과 같다.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 원조표에 보면 과거 21년 동안에 화란이 20억, 스페인이 19억 달러를 받았으니 월남전 1개월 군사비면 2차 대전에 피폐했던 화란 정도의 경제복구가 한 달 월남군사비로 가능한 셈이다. 미국이 협상 조건으로 전쟁이 끝나면 월남 및 인지 지역 개발을 위해 10억 달러를 내놓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반(半) 달분의 전비 밖에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쌍방피해전과>
쌍방의 병력증강 경쟁과 전쟁양상의 격화는 지난 1년 동안 양측의 인명피해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개전 이래 지난 12월15일까지 월남에서 전사한 미군의 수는 6천3백19명. 한국군 전사자도 5백68명(11월18일 현재 국방부 발표)에 달했다. 미군 전사자 중에는 장교들의 전사율이 한국전에 비해 30%나 높다.
미군 전체 전사 중 장교 전사율은 한국전 때의 10% 미만에서 13%를 차지하고 있다. 장교들의 이렇게 높은 전사율은 승무원의 대부분이 장교인 항공기 조종사들의 전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공산측은 무성한 정글과 수많은 동굴의 절대적인 보호를 받고 있으나 그래도 연합군의 우세한 화력과 전술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미군기들이 금년에 투하한 폭탄은 총 64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2차 대전 당시 아시아 전역에 미국이 떨어뜨린 폭탄이 50만 톤, 당시 4년 동안 일본에 떨어진 폭탄이 16만 톤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산측의 피해는 짐작이 갈만하다.
이 밖의 쌍방의 물적 피해는 이루 추산할 수도 없는 정도이지만 미군기의 추락만도 지난 12월18일 현재 월맹상공에서 4백37대, 월남 상공에서 1백34대 총 5백71대에 달한다. 그러나 월맹측은 개전 이래 1천2백대 이상의 미군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맹 상공에서 격추되어 포로로 되어있는 미군 조종사도 약 80내지 1백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베트콩은 금년 1년 동안에 미군 10만을 포함 연합군 합계 24만 명을 사살하고 월남 상공에서 미기(美機) 1천9백32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12월18일). 귀순 포로로 된 연합군(월남군 포함) 수도 10만이 넘는다고 주장하여 쌍방의 숫자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쌍방병력증가>
금년 1년 동안에도 쌍방의 병력증강경쟁은 필사적으로 계속됐다.
미군의 월남 투입률은 다소 완화하였으나 이미 지난 10월 중순 한국전쟁 때 최고 지상병력수준인 32만7천명 선을 넘었다. 그뿐 아니라 12월 중순에는 주월미군의 수는 1년 전의 배를 돌파, 37만에 달하고 있고 내년 초엔 40만 선을 돌파할 예정이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군 역시 작년의 배로 증가, 5만을 넘었다.
현재 총 1백3만5천 명의 연합군이 28만으로 추산되는 공산군과 싸우고 있어 병력비율은 약 3.7 대 1, 그러나 현재 이러한 주월지상 병력 이외에도 약 10만 이상의 미군해공 및 지상군 병력이 태국 등 인접국가 및 기지와 해상에서 월남에 참가하고 있다.
공산측은 최근 매월 4천명의 비율로 남침하는 월맹군(미국 측 추산)과 약 15만의 비정규군을 포함하고 있다. 공산측은 B-52 등 미군기의 남침 루트 봉쇄폭격으로 병력충원에 상당한 애로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병징집, 훈련 등 애로와 경비문제로 최근 미군의 투입율이 둔화하긴 했으나 내년 말까지는 약 10만의 미군이 더 투입되어 50만에 달할 것이며 공산측도 30만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콩과 그 세력권
「그림자 행정」 펴
세금징수 … 연간 8천6백만불
「임정」 서둘고 대표부 설치도
지난 한 해에도 베트콩(정확하게는 민족해방전선)은 그들의 지배지역에서 사실상의 정권행사를 해왔다. 12월15일 그들은 「해방전선」 창설 6주년을 기해 몇몇 국가에 정식대표부를 설치하려는 계획과 아울러 지배지역에서의 「임시정부」 수립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였다.
월남에서 「밤의 정권」을 이루고 있는 그들은 연간 약 8천6백만 달러의 세금과 헌납을 받아들이고 있다(미군 정보당국 추산). 그들은 현실적으로 그들의 이른바 「해방지역」에서 ①행정력을 행사하고 ②화폐를 발행하며 ③군대와 민간에 대한 효과적인 통치권을 수립하고 있다.
베토콩에게 바쳐지는 세금은 현금·현물의 두 가지다.
토지개혁으로 분배해준 농토에서의 조세보다는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이공이나 기타 도시 사업가와 대지주 등 정부 지배하에 있는 거부(巨富)들에게서 받아들이는 액이 크다는 것이다. 사이공 등 대도시를 드나드는 물자수송용 트럭에 대해서는 6달러60센트에 해당하는 통과세가 부과되는 것은 그 하나의 예다. 「밤의 정부」의 행정 조직은 월남정부와 거의 동일한 구성과 직계를 갖고 있다. 미국정보당국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주마다 주장관을 두고 그 밑에 행정차관과 치안차관을 갖고 있다. 다시 그 밑에 군-면-리의 장이 대중행정 조직을 구성한다.
베트콩의 가장 강력한 거점은 전 인구의 40%와 쌀 생산의 60%를 점하는 남부 델터 지방이다. 여기서도 본래의 주도는 하나도 그들 수중에 들어간 것이 없지만 그들의 행정기구는 정부 수중의 수도 바로 옆에 설치되어 지역주민에 대한 「그림자 행정」을 하고 있다.
베트콩과 정부의 지배지역은 사실상 지난 1년 동안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쌍방의 주장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면적에서 베트콩이 3분의 2, 인구에서 3분의 1(총인구 약 1천5백만)이라는 대비는 대체로 그대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