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제12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본상 수상소감
박정훈 (해병대 대령)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
2023년 7월 19일 고 채수근 상병은 상부의 명에 따라 수해현장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강물에 휩쓸려 사망하였습니다. 수근이 아버지는 영안실에 있던 차디찬 수근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놈아, 왜 이러고 있니. 얼굴은 왜 이렇게 상했니.”라며 오열하셨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저는 마음속으로 수근이 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하였습니다.
시간은 흘러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반 가까이 지났으나, 국가는 아직도 ‘누가 수근이를 안전 장구 하나 없이 강물에 들어가게 하였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31일 02 800 7070으로 대통령실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법대로 절차대로 사건을 처리하면 될 일을 국가권력이 사건처리에 개입하여 외압을 행사한 결과 수많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간 군사재판, 국회 청문회, 국정감사, 공수처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의 격노’는 사실로 밝혀졌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찰청, 검찰까지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국회에서는 채 해병 특검법을 3차례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좌절되었고, 또다시 국정조사와 특검법 재의결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진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하여도 반드시 밝혀집니다. 비록 더딜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저는 현재 군사법원에서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제 곧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재판 결과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채 해병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감춰져 왔던 어두운 부분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보였으며, 이제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제12회 리영희상을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상은 저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수근이 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진실을 밝히라는 엄중한 말씀으로 알고 겸허히 받겠습니다. 재단 관계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저의 여정에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특별상 수상소감
이노우에 요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水非常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
갑작스런 수상 소식은 11월19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의 ‘운영위원회’를 한창 개최하던 도중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저널리스트에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을 저희들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설마 받게 된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움이었습니다. 영광의 극치이자, 조세이탄광 희생자의 ‘유골 수습·반환’을 향해 다시 일본인과 일본 정부가 성의를 다하도록 한국의 여러분으로부터의 질타 격려라는 것을 명심해서 엄숙하게 받기로 한 것입니다.
식민지시대에 일본은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가혹한 죽음과 고난스런 인생을 강제해왔습니다. 아시아의 각지는 물론이고 일본 열도의 각지에는 ‘강제연행·강제노동’의 끝에 이국에서 원통한 죽음을 맞이한 여러분의 피와 뼈가 새겨져 있는데 조세이탄광은 그런 하나의 비극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조세이탄광이 틀림없이 일본이 저질러왔던 수많은 ‘강제연행·강제노동’의 상징적 존재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해저에 갇혀 있는 채로 있는 희생자를 생각하면서 일본인으로서의 반성과 사죄를 분명히 하기 위해 1991년 ‘조세이탄광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결성됐습니다. 이후 역사의 어둠에 감춰져 왔던 조세이탄광의 비극을 밝히려 생존자나 관계자의 증언, 공적 자료와 사적 자료에 걸친 자료 수집에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강제연행’에 관해서는 1939년 10월의 ‘모집’ 첫 회에 이미 <특고월보>(일제의 비밀경찰 ‘특별고등경찰’을 관장하는 내무성 경보국 警保局이 매달 간행한 자료집)에 41명의 도망이 명기돼 있고, 회사 광무과 鑛務課가 작성한 <집단도항 조선인작업기록>(원문 표기는 集團渡航鮮人有付記錄)에는 ‘입소식 전 도망 13명’이라고 돼 있어 도망이 일상화되고 있던 것이나, ‘모집’의 실태에 관한 생존자의 증언에서도 명확히 자신의 의사에 반한 강제연행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쪽 자료 ‘조세이탄광 갱외도 坑外圖’에는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도망하지 못하도록 강제수용돼 있던 건물인 ‘합숙소’의 존재가 쓰여져 있고, 그 일부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강제노동’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침수가 반복되던 위험한 탄광에 현지인들이 올 리도 없고, 갱부의 7할이 조선인이어서 ‘조선탄광’이라고 멸시됐습니다. 구속과 폭력적인 지배 아래 놓인 끝에 원통한 죽음이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시 하 일본 정부가 석탄증산명령을 내리고 있던 가운데 조세이탄광에서 1942년 2월3일은 광차 鑛車 1천대 분의 석탄 공출이 필수였던 ‘대량출하의 날’(大出しの日)이어서 회사가 안전을 도외시하고 채굴을 강행한 ‘인재’였습니다. 죽지 않아도 좋았을 183명의 목숨이었던 것입니다. 회사의 존재 자체가 법률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회사의 책임은 추궁되는 일 없이 사고는 역사의 어둠에 감춰져 버렸습니다.
저희들은 진실을 찾아내 명확히 하면서 한국유족회의 여러분과 매년 추도식을 거행했고 22년의 세월에 걸쳐 시민의 힘으로 일본인으로서의 사죄와 반성, 희생자 전원의 이름을 새긴 ‘추도비’를 2013년에 건립하는 것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 일본인의 ‘자기만족의 운동’은 아니었나라고 되돌아보면 자책의 마음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유족은 당초부터 ‘유골을 고향에’라고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고, 저희들은 작업의 곤란함과 조직의 무력 앞에서 목표로조차 내걸 수가 없었습니다. 2013년에 유족의 규탄을 받아 처음으로 ‘유골수습·반환’은 저희 일본인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자각한 터입니다. 오랜 기간 유족들에게 포기를 강요해왔던 것을 사죄하면서 인내심 있게 저희들을 신뢰해주신 유족 여러분의 관용스런 마음에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82년간 해저에 방치돼 있던 희생자 여러분에게 겨우 빛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일본 정부와의 교섭에서 정부는 “해저여서 유골의 위치나 깊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발굴이 곤란하다는 것을 이해해달라”며 조사조차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직계유족인 아들들은 고령화되어 시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골발굴은 기다릴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올해 2월3일 82주기 추도식에서 역사를 새기는 모임은 매몰된 갱구를 시민의 힘으로 열어 유골의 존재를 분명히 한다는 결단을 선언했습니다. 7월15일부터는 공사와 잠수조사를 위해 모금활동을 시작해 3개월간 모금액은 약 1200만엔을 넘어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금을 해주신 한국의 여러분들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9월26일에는 마침내 82년간 매몰돼 있던 갱구를 찾아내 열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10월26일에는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 그 원통스런 갱구 앞에서 일본과 한국 유족 여러분이 아직도 만날 수 없는 육친을 향해서 기도를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시민의 힘만으로 닫혔던 갱구를 열었습니다. 그 다음은 내년 1월31일부터 3일간 ‘유골 한 조각이라도 수습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일본 정부는 반드시 유골 수습의 결단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겠지요. 여기에 한국 정부도 함께 다가와 한일 양 정부의 공동사업으로서 ‘유골수습·반환’이 진행되면, 두 나라 사이에 어느 정도 ‘미래지향’이 실현될까요. 내년은 한일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공동성명의 중요항목으로 ‘조세이탄광의 유골수습·반환사업’이 선언되기를 유족과 함께 갈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수상에 감사를 드리며 이것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국내에서 다시 관심이 높아져 가까운 장래에 유골이 유족 품에 안겨 바다를 건너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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