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재단은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아,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열린 강좌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확장을 위하여 노력해 온 많은 민주주의자들과 더불어,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을 탐구하고 나아가 현실적 적용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5강 '좋은' 정치기사의 조건_안수찬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1-01 02:31
조회
1437


10월 13일 있었던 저널리즘 스쿨 5강 안수찬 교수의 강의는 미국언론을 중심으로, 사실과 의견이라는 두 축으로 본 ‘저널리즘사(史)’ 강의라고 할 수 있겠다. 강사는 저널리즘의 역사를 사실과 의견에 대한 강조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서로를 품어가면서 진화해 온 역사로 설명해 주었다. 현대 저널리즘의 전사(前史)로써 벤저민 프랭클린이 만든 <팬실베니아 가제트>가 주장과 의견이 실린 신문이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게 미국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라면, 이후 퓰리처(1820년대)는 “간명하게, 분명하게, 생생하게 무엇보다 정확하게 보도하라. 그래야 대중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견 주장이 아닌, 사실에 주안점을 둔다.


그러다 1920년대 들어 사실이 진실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월터 리프만은 정보의 오염을 비판하면서 “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대체 누가 보고 듣고 느끼고 명명했는가” 라고 묻고 <뉴욕타임즈>는 “어떤 두려움도 호의도 없이 불편부당하게 뉴스를 보도한다. 이를 통해 모든 의견으로부터 지적인 토론을 이끈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의견이냐 사실이냐로 단순 구별되던 저널리즘은 이제 ‘사실’ 쪽은 그냥 사실이 아닌 분명한 사실, 실체적 사실로 진화하게 된다. 이로부터 정립된 원칙이 이후 백년을 이끌고 있다고 강사가 설명한 다음의 세 가지이다.


객관성(물성 objectivity) 대상과 물체의 본질적인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


공정성(fairness) 울타리 너머에서도 반대편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대상을 관찰한다


투명성(transparency) 취재원과 취재과정에 대한 공개와 투명성



1940년대 이후 매카시즘을 겪으면서 저널리즘은 한 번 더 객관성의 한계를 극복할 또는 ‘객관성’이 성숙할 계기에 놓인다. 이때 나온 주창 저널리즘은 신문에 오피니언 란을 자기 흔적으로 남기게 되고 기자들이 수사에 준하게 모든 것을 직접 취재하자는 탐사(수사)저널리즘, 사회과학적 방법과 수준으로 까지 취재하자는 정밀 저널리즘, 이 둘을 합친 데이터 저널리즘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보도한다는 내러티브 저널리즘 등으로 ‘객관성’의 측면에서 저널리즘은 자기모색을 해오고 있다.



한편 1940년대 허친스위원회의 4년간의 연구조사의 결과 끝에 발간된 보고서는 저널리즘에서 ‘의미 또는 해석’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보고서는 “맥락 속에서 그날의 사건을 진실되고, 종합적이며, 지적으로 보도하여 그 의미를 제공하라. 1947”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 대상과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해석이 들어갈 수 없다. 해석적 보도는 공공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기자들이 존재한다는 허구에 기초해 있다.”—패터슨.


“해석은 뉴스의 핵심이다. 반면 의견은 의견란에 실어야한다”-마르켈


저널리즘이 해석을 취해야 하는가, 취한다면 그건 어떤 조건을 갖추면서인가 등은 여전히 모색할 과제인 듯하다.


허친스위원회 보고서의 또 다른 시사점은 당시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스스로 연대해서 답을 찾고자 했다는 점이다. 4년간 활동한 위원회의 비용은 타임지와 브리태니커가 댔고, 어떤 강제조항도 없었지만 당시 저널리즘은 이 보고서의 권고를 자기규범화 했다고 강사는 설명한다. 성찰과 자기정화 능력.


5강까지 저널리즘 강의가 진행되면서 적어도 명시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 사실을 다양한 주체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수집한다’는 저널리즘의 사명을 부정한 강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실제로 얼마나 충실하게 사실을 밝히려고 애쓰는가가 아닐까. 즉 강사가 말했듯이 ‘사건과 사실의 면모’가 객관성이라면 이는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나가 추구해야할 바이고 때문에 ‘객관성’은 누군가에 의해 상대방이 의견과 주장만이 있다고 비판할 때 휘두를게 아니라 얼마나 우리 모두가 사건과 사실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과정에서 다시 해석 또는 의미의 문제는 제기될 수 있겠다.


참고로, 리영희 본인은 박사과정을 하거나 논문을 쓴 적은 없다.


 


 


 


수강생 강좌 후기 |  나를 깨닫게 하고, 변하게 하는 보도가 좋은 정치 기사가 아닐까.


진상협(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 수강생)


나는 언론을 잘 알지 못하는 공대 졸업생이다. 사회생활 26년 차에 리영희 재단의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를 접하는 것은 나름대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런데다 소감문까지 쓰게 되다니 부담이 되면서도 감사하다.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다섯 번째 강사는 안수찬 교수이다. 97년부터 언론계에 몸담아 오랜 기자 생활을 통해 좋은 보도로 상도 많았고 주목받는 기자였고, 현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교수로 변신하셔서 언론인을 길러내는 분이다. 이번 강의는 ‘좋은 정치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라는 실무 위주의 강의는 아니었고, 좋은 정치 보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되어서, 언론학도가 되어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먼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왕조실록 배경부터 두터운 이론 정보를 알려주셨다. 용어 정의부터 진행된 도입부는 나와 같은 비전공자에게 개념과 정의를 확실히 심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인 설명은 공정성에 대한 것이었다. 공정성은 평평하게 만드는 것,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모든 관점에 서본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등과 공평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그림을 보면서 기자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그 그림에는 야구경기를 보고 있는 3명(키가 큰 아버지, 키가 큰 아들, 키가 작아서 전혀 볼 수 없는 아이)이 있다. EQUALITY(평등)을 설명하는 그림에는 세 사람이 똑같은 높이의 발판을 밟고 서 있다. 이러면 분명 같은 조건을 제공한 것이지만, 키가 작은 아이는 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EQUITY(공평)의 개념을 설명할 때는 어른에게 주었던 발판을 가장 작은 어린이에게 준다. 이러면 세 명이 모두 자연스럽게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수찬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언론의 공정성은 발판을 재배치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상황 전체를 다양하게 다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울타리 밖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이들의 모습도 확인해야 한다. 그려면 혹여 작은 아이 앞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안정적으로 아구를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받침을 높여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가 전보다 불안해하며 야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돈을 내고 야구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들 3명은 돈을 내지 않고 불법적으로 야구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불공정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의 공정성은 이 상황을 다양하게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 모든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언론인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여러 사람의 관점을 여러 측면에서 취재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안수찬 교수의 설명을 굉장히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언론이 그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전해주기만 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언론자유 신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수정헌법을 바탕으로 언론의 자유가 적극적으로 구현되게 된 배경과 기사가 변화하는 과정을 몇 가지 기사를 예시로 들어주셨다. 한편, 영미 언론은 세계와 사회의 실체적 진실을 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을 홈페이지 배열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두려움도 호의도 없이, 정당, 정파,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불편부당하게(impartially) 뉴스를 보도한다. 이를 통해 모든 의견으로부터 지적인 토론을 이끈다.”라는 설명도 있다. 이에 비해서 한국언론은 아직도 실체적 진실을 전하는 것보다는 의견이 먼저라고 설명해주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객관적 실체를 판단하기도 전에 타인의 의견부터 찾아서 자신의 의견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안수찬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기사의 조건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었다. 본인이 20대에게 기사를 읽어보고 네 마음엔 드는 기사를 골라보고, 왜 그 기사가 좋은지 설명해보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잘 몰랐던 이야기를 봤을 때”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일상적으로 겪던 일이 언론에 실렸을 때” 흥미로웠다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많은 취재를 한 사람, 오랫동안 취재한 사람, 방대한 문서를 취재한 보도를 좋아했다고 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정보는 찬반의 기계적 균형을 넘어 다양한 관련자의 입장을 최대한 많이, 투명하게 전달하는 기사를 좋게 평가했다고 한다. 몰입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구성을 가진 기사를 좋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보고 무언가를 알게 되었어요.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더란 것이다. 한마디로 기사의 효능감이 높은 보도가 좋은 보도라는 것이다. 안수찬 교수가 정리하고 있는 좋은 정치기사의 조건은 나에게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매우 어렵게 다양한 관점을 설명했지만, 결국 나를 깨닫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보도가 좋은 정치기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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