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작지만 건강한 통일국가란」

통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1-21 19:14
조회
817

5-3. 「작지만 건강한 통일국가란」(1994년, 새는)


 


 


지난 몇 해 동안 민간단체와 기관들에서는 ‘통일’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2년 전 이맘때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될 즈음부터, 그 토론은 가히 열풍과도 같았다. 금세라도 통일이 될 듯이 다른 사람에게 뒤질세라, 너도나도 ‘통일 논의’에 앞을 다투는 모습이다.
심지어 왕년에는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통일하자는 놈은 빨갱이다”라고 매도했던 광신적 반공주의 단체나 개인들까지 이제는 오히려 “통일하자”고 앞장을 서는 꼴이 되었다. 세상이 변하기는 변했나보다.
그런 단체, 그런 개인들의 표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사상을 가진사람들의 체질적인 기회주의를 재확인하게 된다. “저런 사람들하고 함께 통일문제를 논하다간 큰일나겠구나!” 하는 두려움도 재확인하게 된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 나라의 군부도 그런 집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로 “무력통일이 아니면 반통일”, 이것이 군부의 자세였으니까, 모두가 달라졌는데 군부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지긴 했을까? 궁금했다.
몹시 궁금하던 차에, 최근에 군을 대표해서 통일 및 통일 과정에 관해 연구하는 기관의 유력인사와 토론회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은『한겨레신문』의 독자들에게 그 토론회에서의 견문과 인상을 간추려서 보고하기로 하자.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일은, 대체로 군의 견해로 볼 수 있는 그 연구기관이 그리는 이상적인 ‘통일된 국가의 상’이 “물리적 규모는 작지만 힘 있고 건강한 국가”라는 것이었다. 바로 내가 그리는 통일국가상과 일치한다. 이 보고를 읽고 있는 여러분도 동감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해석으로는 ‘건강한’또는 ‘건전한’국가란 무엇보다도 평등ㆍ반예속ㆍ자주ㆍ자존ㆍ독립국가이겠다. 그런데 그쪽의 해석은 달랐다. 앞으로 통일이 되는 긴 과정에서도 그렇고, 통일이 된 뒤에도 그 ‘통일국가’는 현재와 다름없이 미국 군대의 기지여야 하고, 미국 군대가 그대로 주둔해 있어야 한다는 전제다.
한 가지 조건이랄까 선행적 충족요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군대의 ‘작전통제(지휘)권’을 주한미군사령관에게서 회수한다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어떤 목사가 미국인 사령관이 갖고 있는 한국군 작전지휘권의 기간을 ‘앞으로 몇 년’으로 국회에서 제한 입법하여, 그 뒤에는 회수하자는 제의를 한 일이 있다. 얼마나 딱했으면 그런 제의까지 할까!
미국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평화시에 한해서 올해 12월에 반환하기로 한국과 합의한 바 있다(미국 군부 안에 반대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국방관계의 그 전문가도 기독교 목사도 착각하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다 알다시피 한국전쟁 초기(1950.7.25)에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원수에게 보낸 서한(사실은 맥아더 원수의 요청으로 써 보낸 서한)에 근거하여 한ㆍ미 정부 간에 공식화하고, 유엔에 보고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맥아더 원수는 그 합의에서 “현 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이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한국외교관계조약집』, 국립도서관 입법조사국, 입법자료 제193호).
다시 말해서, 그 효과는 “현 작전상태”가 끝나 휴전협정이 조인과 동시에 발효된 1953년 7월 27일로 끝난 것이다. 만약 그 후의 군사정세가 계속해서 한국 군대의 작전지휘권을 미국 군사령관의 손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새로운 협정이나 조약으로 대체됐어야 한다. 명색이 독립국인데!
사실은 작전지휘권은 불평등조약의 본보기라 할 ‘한미 방위조약’을 없애거나 수정하지 않는 한, 지엽적 차원의 문제다. ‘한미 방위조약’은 대한민국의 영토, 영공, 영해를 통틀어 미국의 군사기지로서 ‘무기한’으로 양도했다(조약 제4조).
국가 전체(지리적 공간)가 시간적으로 무기한(조약 만료기간의무기)으로 외국의 군사기지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작전지휘권의 ‘일부 반환’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밖에도 문제는 많았지만, 특히 이런 성격의 ‘한미 방위조약’에 관해서 그 주제 논문과 몇 시간의 토론에서 군(또는 정부)의 견해로 보아도 무방할 그쪽에서는 단 한 번도,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는 전적으로 ‘평화애호, 간섭반대, 패권주의 반대, 세력균형자’로 묘사(미화)되었다.
요지는 미국 군사력의 도움으로 통일되고, 통일된 국가에는 미국 군대가 계속 주둔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작지만 건강한 국가”의 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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