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정신'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굽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충실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용기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영희재단은 '리영희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위하여 '리영희상'을 만들었습니다.

제11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11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05 05:25
조회
1421

제11회 리영희상 수상소감



 


 


수상자 대표 하승수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쁨도 크지만, 마음의 부담도 큽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애쓰시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 최고의 권력기관이 된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그 시작이 검찰이 사용하는 국민세금에 대한 감시라고 생각하고 2019년 10월에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비공개통지를 받자 11월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3년5개월간의 소송을 거쳐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습니다. 검찰은 처음에는 ‘특수활동비 정보가 있지만 비공개’하겠다고 주장하다가 막상 소송이 제기되자 ‘정보가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정보가 없다고 하면,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악용한 것입니다.


나중에 자료를 받고 보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자료만 해도 6,805쪽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서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법원에 ‘정보가 없다’는 거짓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공개된 서류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검찰총장이 매월 특수활동비 관련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법원에는 ‘정보가 없다’고 거짓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됐고, 지난 6월23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1만6천7백쪽에 달하는 예산집행 서류들을 들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도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였고, 핵심관계자와 담당자를 제외하면 검찰 내부에서도 보지 못한다는 자료였습니다. 그 자료를 검찰이 사용하는 파란색 압수수색 박스에 담아서 들고 나왔습니다. 검찰에게 ‘당신들도 국민들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고, 국민세금을 썼으면 국민들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자료를 받아냈지만,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검찰이 핵심적인 내용을 가리고 먹칠을 한 채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당연히 수상을 같이 했어야 할 <뉴스타파> 기자 분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밤을 밝히면서 난수표 같은 숫자들을 해독하고, 약간이라도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단서로 하나하나 찾아나갔습니다.


그 결과 검찰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의 실태가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햇빛 아래 드러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는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기밀수사에 사용한다던 특수활동비는 검찰총장과 소수 검찰간부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일선 검찰청까지 검증을 확대하니,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영수증도 없이 쓰는가 하면 명절 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이임)전 몰아쓰기, 기밀수사에 썼다고 보기 어려운 격려금과 포상금, 부서별 나눠먹기, 비수사부서 지급, 기관장 셀프수령 등이 수두룩했습니다. 기밀수사에 사용했다고 볼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 비용, 휴대폰 요금, 국정감사 격려금 등 기밀수사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사례들도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특수활동비 자료 중에서 일부라도 집행내용을 판독할 수 있었던 것은 2%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또한 검찰이 조직적으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불법폐기해 왔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2017년 상반기 자료가 대검찰청은 물론 전국의 일선검찰청에서도 불법폐기된 것이 드러났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조직적인 자료 불법폐기가 일어났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한동훈 장관은 이에 대해 자료를 불법폐기하라는 내용이 검찰 내부 교육자료에 있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특별검사를 도입해서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른 한편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 불법혐의들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법무부나 검찰의 나팔수같은 역할을 하는 언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소수의 언론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시와 검증을 넘어, 2024년부터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폐지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검찰 특수활동비는 기밀수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들이 사용하는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세금을 달랑 현금수령증 한 장 남기고 현금으로 펑펑 써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산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폐지하고 필요한 수사비가 있다면 카드사용이 원칙인 특정업무경비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여론을 호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검찰 핵심부와 일부 엘리트 검사들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감시하고 폐지를 요구하는 활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대검찰청 각 부서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증빙서류’에 대해서는 2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드러난 진실에 근거해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권력과 돈이 있는 쪽은 진실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진실이 드러나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진실을 추구하는 노력을 왜곡하고 폄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진실을 추구하는 열정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특수활동비의 실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드러난 불법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이 되고 응분의 책임을 물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법 위에 군림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기득권·엘리트 검사들의 행태를 바로잡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권력기관도 국민세금을 썼으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상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활동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큰 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상을 받는 3개 시민단체와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함께 추적하고 검증해 왔던 뉴스타파와 5개 지역언론들(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큽니다. 마땅히 같이 상을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감시와 검증 프로젝트는 시민단체와 언론이 협업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지역언론들이 결합하지 않았다면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공개 받고 검증하는 것은 시민단체들의 전문성과 노하우, 언론이 가진 전문성과 노하우가 결합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가리거나 지워져있고 먹칠이 되어있는 자료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작업은 독립성이 있는 언론의 집요함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런 협업들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척박한 현실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땅히 같이 상을 받아야 할 뉴스타파와 5개 지역언론사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시민운동 영역에서 권력감시 운동이 많이 침체됐다는 얘기도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권력감시 시민운동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부패와 부조리, 예산낭비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운동입니다. 이번에 상을 받는 3개 단체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전국 곳곳에서 권력감시 시민운동을 위해 애써 왔던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노고에 우리 사회가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실 것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이렇게 의미가 큰 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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