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한반도식 '공포의 균형'은 가능한가?> 후기 및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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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2-10-14 19:15
조회
954

10월 6일 리영희재단이 한겨레평화연구소 및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주최한 토론회 <한반도식 ‘공포의 균형’은 가능한가?>에서는 많은 논의들이 오갔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아주셨는데, 문장렬 교수는 핵무기의 위험성과 한반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정리해주었다. 정욱식 대표는 한반도식 ‘공포의 균형’이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현재 한반도 상황은 미소 냉전 시대보다 위태로운 요인이 많고, 최근 한미동맹과 북한 각자의 ‘맞춤형 억제’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은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정재흥 세종연구원 연구위원, 그리고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이 맡아주셨다. 김종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확장억제를 비판적으로 지적했고, 정재흥 연구위원은 한미일-북중러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황수영 팀장은 핵전쟁의 위험이 높아지는 최근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한 토론회 자료집을 참고바랍니다.



최근의 국제관계 이슈들을 보고 있자면, 세계가 격동의 시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이미 격동의 시대에 한참 들어와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요즘의 국제정세에서 나타나는 국제관계의 변화는 그 속도와 깊이의 측면 모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이는 비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고조에서도 잘 드러나는 사실이다.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경제적 시도들을 하고 있고, 중국도 질세라 성장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이 과거의 미국 대 소련의 냉전을 연상시키는 신냉전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신냉전이라는 단어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듯하다. 우리 앞에는 냉전을 넘어 열전의 가능성까지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동해 바다에서 한미일이 연합 훈련을 하고, 동시에 그 바로 위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을 보자. 당면한 위협이 오롯이 냉전으로 인한 것이기만 하다면 차라리 안심이 될 정도로 열전의 위험까지도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과거의 냉전 시대와는 다른 위험요소를 몇 가지 제시했다. 근본적인 지정학적 차이로써, 미국과 소련은 5,500km라는 물리적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립했지만 한미동맹과 북한은 휴전선을 맞대고 있다. 즉, 남북한 간의 물리적 공간은 제로인 것이다. 이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또한 냉전 시대에는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이 있어 국제관계에서 안전핀 역할을 했으나, 2002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ABM 조약이 무효가 된 이래 미중·미러 간 군비경쟁은 격화되어 왔다. 이런 경쟁은 미국 주도의 MD 구축과 이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라는 대립의 형태로 한반도에서도 재현되어 왔는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크나큰 위험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외교적 채널이라는 측면에서도 냉전 시대와 지금의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은 전혀 다르다. 미소 사이에 대사급의 외교관계와 핫라인이 유지되었던 냉전 시대와는 달리, 현재 한미동맹과 북한 사이에는 별다른 소통 구조가 없다. 외교적 창구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대표되는 냉전 시대의 군사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외교적 도구가 부족한 현재의 한반도는 상황을 통제할 만한 결정적인 수단이 결여된 셈이다. 종합해보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공포의 균형’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공포의 균형’이 불안정한 현실에서 우리는 마땅히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테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반인, 그러니까 정책에 직접 개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시각에서 봤을 때, 그 나라 국민들도 모르는 곳에서 결정되고 수행되는 각국의 국가전략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국제정세라는 것은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자연법칙처럼 우리의 마음하고는 상관없이 우리를 지배하는 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테다. 우리 자신의 운명의 결정권이 결코 우리에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의 앞날을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모색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작과 동시에 좌절감부터 엄습하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국제관계 문제에 그리도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걸음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테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대단한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희망보다는 차라리 전쟁의 파국이 가져올 고통이 두려워서 그렇다. 전쟁의 고통을 진심으로 두려워한다면 어찌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를 작은 방법 하나라도 절박하게 찾으려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노력이 조금이라도 쌓이면 당장 일어날 전쟁을 단 몇 달이라도 미루어 평화를 위한 다른 행동을 취할 약간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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