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재단은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아,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열린 강좌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확장을 위하여 노력해 온 많은 민주주의자들과 더불어,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을 탐구하고 나아가 현실적 적용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9강 일과 인간관계의 속에서 안녕하기_이병남
2022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마지막 강의는 재단 이사이기도 한 전 인화원 사장 이병남 선생님의 책 <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동아시아, 2022)를 가지고 재단의 김언경 이사와 함께 북토크로 진행됬다.
본인의 걸어온 길이 이력으로 소개되자 선생님은 그건 맞지만 ‘겉 길’이고, 그 겉 길을 관통하는 것은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들이 내어놓은 길만 따라가면 오히려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자기 영혼과 대면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면 인생의 어떤 특별한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p54)
이병남 선생님은 21년간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선택의 문제로 삼지 않고 주어진 선택지 모두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을 찾는 방식으로 특별한 순간을 마주해왔다고 했는데 그것은 역설을 찾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했다. 양자택일이 아닌 그 둘을 포괄하면서도 뛰어넘는 새로운 문제제기로 제기된 문제를 전환시켜내는 것.
Good to Great(HarperBusiness, 2001)라는 콜린스의 책에서 진정한 혁신을 이루어낸, 제일 높은 수준에 도달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professional will and personal humility 라고 설명하면서 엄청나게 치열하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일하면서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의 겸허함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을 리더의 조건이라 말했다.
MZ세대와의 소통 문제를 질문하자 강사는 책 쓰면서 ‘다가가기 어려운 MZ세대,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고 3개월 동안 20~30대 3~4명과 직접 이야기 했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살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자기 본능에 충실한 것, 그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이고 성실한 자세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랬을 때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게서 정말 배우고 싶은 선배에 대한 굉장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이 보일겁니다.”
마주한 문제에서 치열하게 새로운 길을 고민해온 오래된 선배에게서 듣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람에 관한 강의였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고 싶은 누구나에게 필요한 강의였다.
수강생 강좌 후기 | 치치집, 인욕의 연속이었던 삶 그리고 결국 사람
김미나(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 수강생)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나로서 조직의 인사 시스템이란 생소한 것임에 틀림없다. 조직 구성원이 수시로 유동성을 가지기 때문에 4대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근로시간도 항상 지나칠 정도로 초과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내가 처한 일의 환경은 최저임금이 뭐며, 근무복지가 또 무엇이며, 근로자의 노동법은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난무하다.
제작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기업에서 만든 인사제도라는 것은 그럴 듯한 큰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게 된 제도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왜냐하면 취재현장에선 항상 노사간의 갈등을 취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LG 인화원 원장을 역임한 이병남 저자의 『일과 인간관계에서 안녕하기』 북토크에서 메인화두인 ‘일과 사람’, ‘일과 인간관계’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지 않는다면 엮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닌가, 혼자서 속마음 풍선을 그리고 있었다.
북토크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일과 인간관계, 인사관리라는 것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 주제에 그냥 불만이 올라와 있었는데 대화 중에 위로가 되고 생각을 달리하게 하는 대목들이 있었다. 이병남 저자는 말한다.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그 목적만을 가지고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기업은 조직의 존재 목적에 대한 철학적 신념이 중요하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은 잘먹고 잘사는 것이 이윤의 동기일 수 있는데 그것이 낮은 가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이윤동기’라니, 사실 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말이 잘잘법이라고 불려질 만큼, 우리는 잘먹고 잘사는 것에 관심이 많지 않은가. 누구나 잘먹고 잘사는 것을 원한다. 농경시대 때도 결국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농사를 지은 것인데, 너무 돈돈돈 하는 사회 분위기에 그 필요성은 외면한 채 언짢은 마음으로 비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도 대표를 모시고 하는 임원회의에서 상상을 합니다. 이 테이블에 올라가서 내 속에 있는 말을 반말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직서를 던지는 상상이요. 얼마나 인욕을 했는지 몰라요.”
치사한 삶을 계속해서 이끌어왔어야 했던 동력은 잘먹고 잘살아야 했고,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회사에 나의 능력과 성과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치열하고 치밀했고 발전하기 위해 집요했기에 자신과 같은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공유해야 그들도 함께 잘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큰 회사의 임원이고 한 파트의 원장을 역임한 저 분도 우리와 같은 입장이구나…
“사람이 생산의 요소이지만 노동력과 사람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존엄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잊어선 안됩니다. 일이 우선되데, 인간에 대한 온전한 집중과 관계를 넘어 성과를 내야 합니다. 또한 조직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 목적성을 잊어서는 안돼요.”
결국, 서로가 잘살자고 존재하는 구조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돌고 도는 이념 안에서 효율성을 위해서 상하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공생해야 하는 것이다. 고용과 피고용의 구조이기는 하지만 사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인 것이다. 함께 살기 위한…
사실 안다. 노무를 제공하는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안다. 그러니 내 노동력을 헐값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나를 존귀하게 대해달라고 반복해서 소리내지 않는가. 이윤의 앞에서 그러한 존재가치가 계속해서 무너지기에 우리는 투쟁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원래 가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이 또한 노동을 제공하는 자들도 잊어선 안된다. 나는 노동자이기 전에 존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북토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들은 친구가 말한다. “이병남 저자의 말씀이 좋았는데, 너무 공자님 같았어.” 그의 말에 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공자님이라니, 맞다. 정말 공자님 같이 인자하고 사람과 자연의 이치를 다 깨달은 사람이 모든 것을 품은 말들이 북토크 내내 흘러나왔다. 어찌 보면, 인사관계란 그런 공자님 같은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공자님 같더라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아닐까.
‘치열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치치집’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삶이 치사하고 치욕스럽고 무엇이든 간에 내가 집착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치치집’의 동음이의의 경계를 계속 왔다갔다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잘 살아왔고, 잘 지내왔다며 인생을 바라 볼 수 있진 않을까라며 공자님처럼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 치치집하며 안녕하십니까? 모두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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