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재단은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아,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열린 강좌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확장을 위하여 노력해 온 많은 민주주의자들과 더불어,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을 탐구하고 나아가 현실적 적용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3강 문제를 해결하는 탐사보도_박상규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의 3강에서는 박상규 강사님께서 “문제를 해결하는 탐사보도”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강사님께서는 세 가지 살인누명 사건을 소개해주셨는데, 이 누명 사건의 피해자들은 본인이 장애가 있거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힘겹게 부양하고 있었거나, 혹은 고아인 탓에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가난이었다. 피해자들의 삶은 지독한 가난의 늪에 빠져있었다.
이들이 공유하는 다른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이들이 무시당하는 자들이라는 점이다. 스스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이들은 세상의 동정을 받는 불쌍한 대상은 되어도, 한 명의 시민 주체로써 인정받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배우지 못한 자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그 ‘딱한’ 사정에 연민의 눈길은 던져줄지언정 동료 시민으로서의 인정은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다. 이런 무시는 가난이라는 대상 앞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데, 다들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부끄러운 연민의 대상이 아니던가.
이러한 무시가 항상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나 가난을 차별하거나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거나 말하기를 꺼려할 테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시와 차별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말과 행동에서 스며져 나와 현실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 강사님께서 언급하신 살인누명 사건들이 다뤄진 사법절차에서도 그랬으리라. 피의자에 위치에 던져진 피해자들은 검사와 판사들의 무의식적 무시의 대상이었고, 그 결과로 그들에게 내려진 잘못된 형벌은 참혹했다.
이 사건들은 거의 모든 언론에서 다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명을 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이 언론들은 피해자들에게 누명을 씌운 권력의 뒤를 자연스럽게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강사님은 이들의 억울함과 아픔을 보도하면서 다른 길을 가셨다. 이에 대해 강사님은 인간의 희노애락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들에서 강사님이 보신 것은 단순히 인간의 희노애락이기보다는 무시당하는 자들의 삶이 아닐까. 누구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을 법한 그런 희노애락이 아니라 누구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그렇기에 자칫하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희노애락 말이다.
강사님은 대안 언론들이 기성의 언론들을 따라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셨다. 그렇다면 대안 언론에게 필요한 차별점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강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무시당하는 자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아닐까. 기성의 언론이 다루지 않는(혹은 못 하는) 영역에 주목해 진실을 탐사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했을 때에야 우리는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수강생 강좌 후기
민기쁨(<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수강생)
나에게는 살아 본 나이 중 가장 높은 숫자지만 누군가는 어리다고 느끼는 나이, 어쩌면 누군가는 사회를 처음 겪기 시작하기도 하는 20대 마지막 해에 문득 내가 모르는 것도 관심이 없던 것도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28살까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29살이 되어 너도 내년이면 30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싱숭생숭해지기 시작하더니,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저 세상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시사 유튜브를 찾고, 근현대사 기록과 책을 찾아보며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지식이 채워지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것과 내 세상이 정말 좁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해였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새로운 것을 배우면 충격에 빠지고는 하는데,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저는 4대문 안에 없는,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 4대문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이 말은 박상규 대표님이 오마이뉴스에 사표를 낼 때 써 내었던 일을 그만두는 이유였다.
그날 대표님은 이 말을 시작으로 본론을 꺼냈다.
‘4대문’이라는 말은 내게는 꽤 낯선 단어다. 공간적인 의미로야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가 말한 개념은 그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의 화이트 칼라와 가진 자들만이 교류하는 그 작으면서도 거대한 사회를 말하는 것이었다.
대표님의 한 마디는 바로 그 안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못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누구도 돕지 않을 정도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겪어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는 그런 의미의 말이었다.
꽤나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하셨지만, 박상규 대표님이 그런 결심을 한 건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라는 오마이뉴스의 시리즈 뉴스를 다 쓴 이후의 결정이었다. 편집부에 있을 때 휴가나 저녁, 남는 시간을 이용해 쓴 기사다. 그리고 나는 그 시리즈 기사를 꽤 고통스럽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분명히 그건 가벼운 취재가 아니었을 것이며 사직 결정도 쉽지 않았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이어지는 강의 내용에는 소외된 자들의 고통과 그 고통을 취재하며 겪었던 복잡한 감정과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분명히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속절없이 죄인이 되어 버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무기수가 된 김신혜 씨, 삼례 나라슈퍼 강도 사건에 누명을 쓴 삼인조, 임명선, 강인구, 최대열 씨, 낙동강 살인 사건에 누명을 쓴 피해자,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누명 피해자…….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저학력자 아니면 장애인, 고아였다.
참고 싶었는데, 결국 중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혼났다. 내가 말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박상규 대표님은 그런 그도 그들을 도왔다는 것에 우쭐한 적도 있고 실수를 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조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박한 사람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무척 복잡하고 본인도 상처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보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아마 그가 ‘4대문 안’에 있었다면 결코 써내려 갈 수 없었던 그런 살아 숨 쉬는 것이 그의 기사와 저널리즘 안에는 있는 것 같았다.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그것은 행동입니다. 현실 속에 들어가서 행동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죠”
<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리영희와 행동> 모집 요강에서 발췌한 글이다.
나는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고 배우는 중이지만, ‘리영희와 행동’이라는 이번 저널리즘 스쿨의 제목과 이번 강연, 박상규 대표님의 ‘문제를 해결하는 탐사보도’는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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