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26 고개 든 민족주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03 04:21
조회
222


 


조선일보 1966.03.26. 고개 든 민족주의


 


고개 든 민족주의


 


越南(월남)데모... 그 향방은?


 


국민의 전쟁 아니라는 심리


반정부에서 반미로 변질


 


9개월의 집권 기간 중 비교적 안정을 누리는 듯싶었던 월남의 구엔 카오키 수상 정권의 토대가 최근 흔들리기 시작한 것 같다.


호놀룰루 회담을 통해서 존슨 대통령의 후광을 빌어 으쓱한 키 수상이 지난 12일 북부 5개 주를 지배하는 제1군관구 사령관 구엔 찬 티 중장을 10인 「군정지도위원회」에서 파면하자 월남북부지방 최대도시 다낭 시를 진원으로 하는 반정부시위는 2주일 후인 24일에는 수도 사이공 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확대되고 있다. 이 시위는 처음 티 장군의 개인적 인기와 지도력 때문이었으나 그 범위가 확대함에 따라 민족주의적인 성격으로 변질하고 있다. 22일 다낭 시의 데모는 『미국과 미군은 월남에서 물러가라』는 구호를 부르짖게까지 되었다.


 


월남인은 그 남북을 가릴 것 없이 20년을 넘는 치열한 반식민지 투쟁의 과정에서 외국세력이 월남인민의 내부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증오하는 기질을 가꾸어왔다. 월남국민들의 대부분은 『베트콩과의 싸움은 정부와 미국의 싸움이지 국민의 싸움은 아니다』라는 월남인민의 감정의 심층을 파악한 많은 현지보도가 말하듯이 정권의 성격보다 화평만을 원하고 있다.


불교도인 티 장군이 가톨릭인 키 수상을 비롯한 현 정권에 반발적이라는 것도 티 장군의 민족주의적 사고와 기질이 국민대중의 그것과 호흡을 같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남 정치는 63년 고 딘디엠 대통령 정권의 실각부터 불교도에 의해 좌우되어왔다. 월남 인구 1천3백만 명중 반공적인 가톨릭교도가 1백80만인데 비해 불교도는 8백만의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 압도적 다수인 불교도가 대체로 민족주의적이라는데 월남 정치의 장래의 방향이있고 불교도와 학생이 주동이 된 현재의 전국적 반정부, 반미 데모의 성격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군인까지 끼인 대중 데모를 키 정부는 관망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지 및 워싱턴의 미국 정책수립자들이 그 정치적 불안 상태를 중대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선지 최근 미국은 티우 원수, 키 수상 등 군정지도자들의 워싱턴 초청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워싱톤의 후광」이라는 정치적 약효가 필요해졌다는데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