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이강수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04-03 05:34
조회
112
1989.6.5
이강수 선생, 오, 정, 박, 이, 김 교수님
팽원순 선생, 멀리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헤어진지 벌써 이럭저럭
두 달이 되어갑니다. 세월 참 빨리 갑니다.
얼마 전 정수경 선생이 면회를 와서 이 형이랑 팽 형
이랑 별고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말을 들었읍니다. 강의와
학점처리 관계도 적절히 해결했다니 다행입니다. 어쨌든
비상상황이니까 임기응변적 처리를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여러가지로 걱정과 수고를 끼쳐서 죄송할 뿐이올시다.
학년 초부터 가뜩이나 학과가 시끄러운 터에 나의 문제
까지 터졌으니 굉장히 거북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너그러히 용서해 주십시오.
나의 일은 아마 재판을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합
니다. 어떤 결론이 날 것인지는 경과를 보아야 할 것이고,
당분간은, 적어도 몇 달간은 함께 맥주를 마실 즐거움은
누리지 못할 것 같아 보입니다. 여기 답답한 독방에서
차츰 더위가 더해가니 불현듯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는 때가 있읍니다. 가끔 내 생각하면서 마십시오!!
이 안에서는 몇 가지 별식종류를 사비로 사 먹을
수가 있어서, 관식과 그런 부식종류를 적절히 배합하면
그럭저럭 음식에 큰 문제는 없어요. 운동도 좁은 공간으로
나가서 첫바퀴 돌 듯이 뛰고 나면, 한 3KM를 뛴 셈 됩
니다. 비가 오면 운동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제일 괴롭습니다.
하루 종일 지루한 시간이지만, 일정한 계획을 세워 독서
하는 것으로 날을 보내고 있읍니다.
차츰 더워지는데 두루 건강하시기를 빌면서
리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