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재단은 새로운 전환시대를 맞아,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열린 강좌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확장을 위하여 노력해 온 많은 민주주의자들과 더불어,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을 탐구하고 나아가 현실적 적용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리영희 저널리즘 스쿨 2022] 4강 리영희 저널리즘, 무엇을 갖춰야 할까_ 변상욱
변상욱 전 CBS 대기자가 1983년 CBS에 입사할 때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으로 CBS가 뉴스보도기능을 빼앗겼을 때였다. 전설적인 5시간의 ‘불법’ 생방송 뉴스를 내보내기 몇 달 전, 그러니까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며칠 후 CBS 주조정실에서는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다룬 특집 생방송을 막으려는 간부들이 평직원들에 의해 업혀나가고, 제작팀은 동료들이 인간 바리케이트를 쳐주는 동안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캐비넷과 책상으로 막은 채 생방송을 진행했다. 여기에 변상욱 기자가 있었다([CBS보도부활 30주년2]).
2000년 재단개혁을 요구하는 9개월의 기록적인 파업때에도 부국장급이었음에도 노조에 재가입하고 아이들 피아노, 태권도, 보습학원 끊고 보증금 줄여가는 파업을 함께 했다. CBS에 없던 대기자의 직함은 현장에 남겠다는 그의 뜻을 회사가 받아주면서 붙여준 거라고 한다.
인간의 정황과 운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라
변상욱 기자는 강의에서 저널리스트의 일은 인간의 정황과 운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관찰해서 그것을 맥락하에 기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대한의 사실들을 현장에서 모아내야 하는데 더 살펴보고 더 살펴보고 더 살펴봐야 한다, 그것도 안한 채 ‘공정’으로 넘어가고 그마저도 안한 채 ‘균형’으로 넘어가고 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신성불가침이다. 매일 90여개의 매체를 읽는 기자의 말이었다.
변기자는 또한 저널리스트의 덕목으로 고통에 민감할 것을 제시했다. 중립이나 초연함을 배제하고 산술적 균형을 지양할 것. 언론은 속해있는 사회에 묶여있다는 현실과 이로부터 자유로우려는 지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묘한 위치에 있다. 여러 주관 사이를 넘나드는 간-주관성을 성실히 해내는 것. 그것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에 무관심했다고 생각하는 변상욱 대기자는 요즘 ‘우리동네라이브’라는 프로를 하고 있다.
하천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맘카페로부터 시작한 일본의 ‘가나카와 네트워크’.한때 40여명 까지 시의원을 배출한 이곳은 포장마차, 청년창업을 위한 은행사업, 정치학교 등 지역현안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고 여기서 배출한 시의원은 단지 ‘대표선수’일 뿐이라고 한다.
변기자는 시민이 보다 섬세하고 다양하게 사회에 참여해서 좋은 언론을 후원하고, 변호사 의사 없으면 유지 안되는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엔지오 하나씩에 들어가서 시민사회역량을 키워야함을 지금 언론문제의 해결책으로 기이하지만 절박하게 제시했다.
수강생 강좌후기 | 스승의 스승을 닮아가는
김상균 /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2022 수강생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한 것은 국가가 아니야.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사상의 은사’ vs ‘의식화의 원흉’
리영희 선생을 향한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평가이다. 두 평가의 공통점은 선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든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0여년이 지나 그의 영향을 받은 후학들로부터 저널리즘을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마다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리영희 저널리즘스쿨 강좌를 그렇게 매주 참여하던 목요일 저녁. 스승에 대한 언급보다는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한 언론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의 이름이 직업을 대표하는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변.상.욱.
그의 강연의 도입은 마이클 샌델이 공리주의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과정을 연상케 했다.
“한 건장한 남성이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건장한 남성이 본인이 앉지 말아야 할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단지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하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진실’은 외면된 채 이 남성은 비난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은 방금 전 암치료를 받고 나온 상태일 수도 있고, 사업체가 부도난 상황일 수도 있다. 언론은 취재를 통해 ‘사실’ 이면의 ‘진실’을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
현대사회는 파편화된 사실이 과잉된 상태이다. 이렇게 사회 속에 부유하고 있는 파편화된 사실의 나열이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소비자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진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곤 또 다른 사실들이 편협하게 수집되고 진실로 공표된다. 하지만 그 파편화된 사실 이면에 존재하고 있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 언론인들이 따라야 할 리영희 저널리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변상욱 기자는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 데 접촉하는 사람의 숫자가 미국의 경우 평균 7명인 반면에 한국은 1.4명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파편화된 사실수집 기능조차 잃어버린 대한민국 언론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언론은 인간의 정황과 운명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려운 것은 정황에 깊이 들어간다는 것이 기자가 무조건 사건에 개입을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자가 사건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는 회사의 지시, 기자의 직업윤리, 고객의 요구, 공익성 그리고 자신의 양심이다. 어느 하나 무시하지 못하는 요소이다. 여기서 우리 언론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모든 요소의 ‘단순한 산술적 균형’이 가치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론인의 양심을 기초로 하여 파편화된 사실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사회의 고통에 민감한 취재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 시대의 리영희 저널리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도자료와 브리핑에 의존하지 않는 언론, 지배하는 관점에 늘 도전하는 언론을 갖고자 하는 시민의 요구가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왜 ‘기레기’라는 조롱의 언어가 판치는지 언론인들의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1987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서 보도기능을 상실했던 CBS에서 ‘고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는 주제로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다룬 특집 생방송을 내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한 언론인이 35년이 지난 2022년 TBS의 보도기능 상실을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서 있다는 것은 그가 말하는 ‘국민에게 정치를 권하는 언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변상욱 기자의 스승 리영희 선생이 본인의 스승 장일순 선생을 평가했던 “무위당은 종합적이랄까 총괄적이랄까, 잡다하게 많은 것을 이렇게 하나의 보자기로 싸서 덮고 거기에 융화해버린단 말이에요.” 우리 사회의 참언론인의 길을 걸어온 변상욱 기자는 어느새 스승의 분석적인 삶을 닮아감과 동시에 스승의 스승의 종합적이고 총괄적인 삶을 닮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무척이나 뜻깊은 시간을 마련해주신 리영희재단과 수고해주신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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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팬2022-11-06 21:11후기가 참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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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남2022-11-06 21:18양심을 저버리고 포털에 쓰레기기사를 양산하는 기레기들이 꼭 느껴야할 시대의 사명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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