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핵무기 숭배사상의 배리」

핵문제·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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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1-01-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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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핵무기 숭배사상의 배리」(80년대)


 


 


MAD(광증)의 핵전략이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핵무기의 실제적 사용에 관한 각종 군사이론이 갑론을박을 계속해왔다. 다양한 관점의 차이와 관계없이, 이 논쟁은 실전에 사용되는 핵무기의 유형과 이론으로 핵전쟁의 결과와 규모를 통제할 수 있다는 관념을 낳게 했다. 사실 그러할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유례 없이 심각한 핵무기 경쟁의 제반 위험성은 이론이나 그 적용에 거의 좌우되지 않고 자존(自存)한다. 핵대결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이론의 주된 위험은, 핵전쟁의 물질적 측면의 사실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 없이 그 같은 이론들이 함부로 신봉되고 또 행동의 근거를 구성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책 수립자들이 전쟁수단으로서 핵무기의 진정한 위력적인 성격과, 미ㆍ소 양대국의 소름 끼치는 핵무기 저장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결여는 전 세계의 종말적 참화를 초래할지 모른다.


지난 35년 동안, 군사계획 수립가와 전략 구상가들은 다음 전쟁의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표적망에 대한 가공할 핵폭발력의 집중 사용 방법의 연구에 전념해왔다. 사실 미국이 결정적인 핵무기 독점을 누리는 한에서는 원자(原子) 무기의 표적 선정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전략 폭격의 효과 범위를 훨씬 넓히는 정도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195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소련이 몇백만 톤급 수소폭탄을 포함하는 엄청난 핵능력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미ㆍ소 양국의 인간 생명과 사회가 ‘상호 담보’가 되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한쪽의 핵보유량의 일부만을 가지고도 상대방에게 1억의 사망자를 내게 함은 물론 기능적 사회로서의 구실을 못 하게끔 파괴시킬 수 있게 되었다. 공언되는 전략이론의 용어는 그동안에 이처럼 변천했지만, 상호 저지력은 사실상 두 초강대국 사이, 그리고 북대서양동맹(NATO)과 바르샤바동맹 사이의 전략적 관계 양식의 중심문제로 지켜져왔다.


이 두 적대적 집단 사이에 그동안 세계적 규모의 전쟁 행위가 없었던 것은 그와 같은 무지무지한 핵전쟁의 망령 때문이라는 데는 많은 식자들이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와 같은 상호 저지 상태가 세계 평화를 수립하는 아주 마음 든든한 바탕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960년대에는 상호 저지를 토대로 한 전략적 관계의 개념이 ‘상호 확실 파괴’(相互確實破壞, Mutual Assured Destructiom)로 성격지어지고, 그 머리글자를 따서 ‘MAD’(광증, 미친 상태)로 불리었다. 이 MAD 관념은 쌍방 세계의 전체 비전투원을 볼모로 잡고 있는 까닭에 군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것으로 자주 비난받았다.


 


NUTS(멍텅구리)의 핵전략이론


 


MAD에 대한 대안으로서 비평가들과 전략 구상자들이 오랫동안 머리를 짠 것은, 핵전쟁의 파멸적 참화가 비전투 민간인 주민을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전쟁 마당에서, 심지어는 통제된 전략적 구상으로, 어떻게 해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온갖 ‘표적 선정’이라는 정신적 방안의 모색이었다.


그와 같은 ‘방어 지향적’ 전략은 어차피 전쟁 수행 이론을 더욱 믿음성 있게 할 것이기 때문에 상호 관련된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가지 대안은 어지러울 만큼 빠른 기술적 문제의 해결에 의존한다. 방어 지향적 군사 태세는 그 어느 것이든 주민 대부분에 대한 거의 침투 불가능한 완벽한 광역 방공 및 미사일 방어를 전제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핵무기 상호 공격 기간 중에 통제된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그 어느 것이든, 책임체계의 상하 모든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한 상상하기조차 힘든 압력하에서 채택된 여러 가지 결정에 대해서는 물론, 지휘ㆍ통제ㆍ통신ㆍ정보 등 각종 업무의 기술적 책임 수행(통제 메커니즘) 기능 전반에 대해서 굉장한 업무를 요구하게 된다. 그에 필요한 기술적 해결책이 묘연한 상태인데도 방어정책을 좌우할 핵심적인 기술적 문제들의 해결책을 과학이 ‘이럭저럭’ 마련해주겠지 하는 막연한 주장은 정책의 기초로는 충분ㆍ적절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이론적 문제들을 생각함에 있어서, ‘선언적(宣言的) 정책’과 ‘표적 선정이론’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실제적 적용의 사이에는 굉장히 큰 격차가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문제로서는 실제적 전쟁계획 수립 분야에서 과연 선언적 정책이 소요(所要) 사항을 창출했는지, 아니면 표적 결정에 따르는 무기의 현실적 존재 여부가 이론을 창출했는지는 그렇게 명확치가 않다. 무기의 성격상 전략적이라고 공개된 1만 개 이상의 탄두를 포함해 미국이 보유하는 대충 3만 개의 탄두를 가지고 그 보유량의 사용을 구상하려면, 광범위한 군사 목표를 완전히 덮어버리고 또 모든 도시지역과 경제적 목표물 전부에 대한 과잉공격을 상정해야 한다. 그밖에도, 상대방의 소재 미확인 내지 이동식 목표와 제2차적 군사 목표까지 상대하려면 양적으로 더 많은 무기와 질적으로 더 정밀ㆍ전문화된 무기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이론적 고려와, 그것과 핵무기의 ‘초과잉’상태가 복합된 실정은 ‘핵사용 목표 선정’(Nuclear Utilization Targets Selection)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개념적 방법론으로 발전했다. 말의 뜻을 바꾸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간략한 용법을 위해서 그 표현의 머리글을 따서 NUTS1)라고 부르기로 하자.


여기서 NUTS라는 약칭은, 제한전쟁으로 국한하려는 의도를 가진 핵무기 공격전의 복잡한 상황에서 특정 목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추구하는 각종 이론과, 초강대국 간의 전면적 핵전쟁이 진행되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의 핵전쟁의 운영ㆍ관리를 특정짓는 개념의 뜻으로 간주한다.


카터 대통령 정부의 국방장관 해롤드 브라운은,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전면 핵전쟁으로 파급ㆍ확대되지 않게 하면서, 한편으로 (상대방에게) 미국이 틀림없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좀더 강한 저지력을 보유하기 위해 핵무기 전쟁 능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그는 초강대국 간의 핵무기 사용은 그 수준 여하를 막론하고 ‘거의 확실하게’ 전면적 핵전쟁으로 파급ㆍ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단지 현재의 군사적 구조나 기술이론에 국한된 일일 수는 없고, 다량의 핵무기 보유 상태가 지속되는 한 영원히 그럴 것이다.


NUTS 이론이 핵전쟁 저지에 공헌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토대로 한 군사이론과 계획 작성은 그 자체로서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 군사기구의 모든 차원에 다양한 구조와 설계의 운반체에 적재된 핵무기의 수가 증대할수록, 결과적인 파멸적 참상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반드시 조장하게 마련이다. 뒤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건물이나 탱크는 다치지 않으면서 인명만을 목표로 선정된 무기라는 소위 ‘중성자탄’의 효능을 떠들어대는 무식한 말들이 바로 그런 종류다. NUTS 이론은 무한정의 핵무기 생산과 보유를 촉구하는 자체적 압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더 많은 우발 사고, 우발적 사용, 테러분자들의 전용(轉用) 등 위험을 수반하게 한다. 그런 모든 위기 상황보다 더 기본적인 문제는 핵무기를 찬양하는 세계는 실제로 MAD(미친 상태)라는 사실이다.


NUTS(멍텅구리) 이론적 핵전쟁 방법론은 두 가지 이유로 핵전쟁의 본질적인 MAD(발광) 속성을 제거할 수 없다. 첫째는, 핵무기는 단발(單發)로서도 그렇거니와 아무리 특정ㆍ제한 목표에 대한 경우라도 다발(多發)로 사용될 경우에 그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인명과 재산에 끼치는 필연적인 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은 더 기본적인 문제인데, 핵무기 통제기술의 상황과 한계의 다이내미즘을 생각할 때, 아무리 발달된 이론에 의한 특정ㆍ선택적 사용이라 해도 전면 핵전쟁이 거의 틀림없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상정하에, 제한된 핵전쟁을 억제된 수준과 규모로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어느 정도의 장기화된 전면 핵전쟁에서는 통제문제는 완전히 사람의 제어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 끝으로, 앞으로 상당한 기간에는 핵폭탄을 발사한 쪽의 시민이 편안하게 방공호 속에 들어앉아서 상대방의 영토 내에서만 제한적 핵전쟁이 진행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핵전쟁 결과의 가공할 참상


 


핵전쟁의 가공할 결과적 참상에 관해서는 이미 너무도 많은 이야기와 글이 있었으니 그것을 정식화해서 한마디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기이할 정도다. 그런데도 그 가공할 참화가 대중적 의식에 어느 만큼이나 침투해 있는지, 심지어 이론적으로 그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에까지 어느 만큼 정착해 있는지 분명치 않다.


전면 핵전쟁에서는 미국에서만도 1억의 인간이 죽을 것이라는 권위 있는 추산에 대해서도 대중적 반응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한 파국의 가능성에 직면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거부 심리’를 알 수 있다. 다만 몇몇 나라(미국과 소련을 포함한)에서 의사들의 핵무기 반대운동에 상당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흥미 있는 일이다.


죽음의 불가항력성과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태연하게 무시해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가 핵전쟁에서 처참한 상처 입은 생존자로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죽어가야 하는 사람들 속의 하나라고 상상하면 그리 쉽게 운명론적으로 넘겨버릴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만 번 되풀이되었으면서도 실감나게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 즉 ‘단 1발’의 현대의 전략적 핵폭탄이 제2차 세계대전의 고성능 전략폭탄의 100만 배의 폭발력을 갖는다는 것, 25만 명의 생명을 순식간에 몰살시킨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탄의 100배 내지 1,000배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계속 되풀이할 가치가 있다.


미국 대통령이 앉아 있는 백악관 위에서 터진 1발의 1메가톤급 핵탄은 그것을 중심으로 약 5마일(약 5,00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콘크리트 고층건물을 파괴할 것이다(1평방 인치당 10파운드의 압력과 시속 300마일의 풍압이 작용한다). 그 범위 안의 생명은 순간적으로 말살된다. 그 폭발로 생긴 고열 방사선은 5마일 범위 내의 가연성 물질에 동시적 자연 발화를 일으킴으로써 와싱톤의 경계선 내 전 지역을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약 9마일(약 15킬로미터) 밖에 있는 보통 구조의 건물은 대파될 것이고 폭발에 노출된 사람은 2도 화상을 입는다. 폭발과 동시에 일어나는 이 같은 작용 외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난 개별적 화재가 밖으로 향하는 일대 광역 화재로 확대되거나, 제2차 세계대전 중 함부르크나 도쿄가 경험했던 것의 몇십 배 되는 거대한 불폭풍을 만들어낼 것이다. 중심 지향 폭풍은 불폭풍의 확산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심점에서 5~6마일 이내의 지역은 완전히 타버리고, 요행히도 방공호 속에서 폭발로 인한 1차적 부상을 입지 않은 사람도 거의 전부가 이로 인해 죽어버릴 것이다.


어쩌다가 이 단계에서 간간이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치료를 받을 가망은 거의 전무하다. 그뿐이 아니다. 폭발의 불덩어리가 지면에 닿을 경우에는 거기서 나오는 방사성 입자는 낙진이 되어 떨어져, 폭발 지점에서 훨씬먼거리까지 치명적 작용을 미친다. 연간 주풍향(主風向)인 서향풍 조건일 경우에, 평균적 낙진 형태는 500평방 마일의 광대한 지역 위에 1,000렘(rem)보다 훨씬 큰 양을 내릴 것이다(450렘은 50퍼센트의 낙진을 내린다). 그리고 대서양에까지 이르는 약 4,000평방 마일 위에 100렘(이 선을 넘으면중대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의 낙진을 뿌릴 것이다. 단발의 경우 그로부터의 낙진은 직접적 폭발 효과에 비해서 부차적이지만, 다발의 경우는 각 폭발로 발생하는 낙진은 누적되고 그 중 복적 낙진 형태는 치명적 수준의 방사선으로 미국의 상당한 부분을 재빨리 덮어버리게 되는 까닭에 그것은 주요 위험 요소가 된다.


이런 규모의 참상은 옛날에 우리가 아는 자연적 재화(災禍)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지진이라든가 홍수는 그래도 일정한 지역의 재난이고, 그 주변지역으로부터의 구호의 손길을 기대할 수가 있는 그런 재화다. 여러 가지 무기가 일시에 동원되는 핵전쟁은 타인의 구호의 가능성을 거부한다.


미국과 소련의 도시 사회들을 파괴시키는 공격에 소요되는 핵탄두는 이 두 초강국의 탄두 저장소에 쌓여 있는 5만 개 이상의 분량 가운데 극히 일부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미국은 대체로 3만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1만 개는 소련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로켓으로 운반되는 것이다. 소련도 곧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1만 개 안팎의 탄두를 그 전략군이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무기들 중 몇천 개만 주고받아도양국의 도시 인구와 공업 능력의 대부분이 말살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계수(係數) 풀이는, 그것이 이미 효과 체감 곡선의 꼭대기에 달해 있고 또 훨씬 소규모 공격으로도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는 진상을 오도하기 쉽다. ‘단 1척’의 포세이돈형 잠수함의 함장이 160발의 개별 표적 공격탄두를 160개의 소련 도시에 대해서 발사할 수 있는데, 그 탄두 하나하나의 위력이 히로시마와 나가사끼를 잿더미로 만든 것보다 몇 배나 강력하다. 이 단 1척의 미국 잠수함에서 발사되는이 탄두가 적정하게 표적 선택을 했다고 가정하면 그것만으로 소련인 약 3,000만 명을 쓸어버릴 것이다. 미ㆍ소 양 초강대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의 도시는 핵폭탄 저장량의 극소수 분량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완전히 허약하다는 것이 현재의 전략관계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핵무기에 의한 미ㆍ소의 상호 담보


 


그런데도 MAD(광기)의 세계에 가려진 곳에서 이 같은 핵무기들을 전쟁 수행 수단으로 우물쭈물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욱 빈번하게 또 더욱 진지하게 되풀이 제기되고 있음을 본다.


핵 사용 목표 선정(NUTS, 멍텅구리)에 대한 지지는 여러 원천에서 나온다. 즉 그와 같은 능력은 공격적인 소련 행동에 대해 다방면에 걸친 저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소련은 전쟁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서 그 방법을 우리도 채택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전쟁 수행 역할과 관련된 직종에 앉아서 단순히 좀더 ‘합리적’이거나 ‘비용 효과’적 방식으로 군사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그 범주에 속한다.


핵보유국들이 서로 핵무기 사용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MAD(미친) 세계의 ‘상호 담보’적 링크(고리)만 강화하게 된다. 그것은 필연적 논리로서 핵병력의 끊임없는 경쟁적 증강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핵무기와 그 무제한 증강의 병행적 작용의 심각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제안되어온 2가지의 실제 전쟁 각본을 살펴봐야 한다. 그 하나는 전쟁 없이 미국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해 소련이 미국의 전략적 군사력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무장해제 하는 공격을 감행한다는 각본이고, 다른 하나는 소련의 압도적인 재래식 공격으로 인한 NATO 군사력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서유럽 주둔 미국 핵무기로 소련을 공격하는 각본이다. 최근에 자주 듣게 된 각본으로는 중동지역에서의 소련의 재래식 공격에 대항해서 미국이 핵공격을 한다는 각본도 있다.


 


취약성의 구멍 이론


 


자주 거론되는 이론에 ‘취약성의 구멍’(Window of Vulnerability)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소련이 미국에서 반격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미국의 보복력의 부분적 무장해제를 위해 미국의 지상 배치 전략핵무기의 주력인 취약성이 있는 미니트맨(Minuteman) 대륙간 탄도탄 지하 발사 격납고에 대해서 ‘외과수술’적 강타를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고 나서 미국이 소련의 강화 조건에 복종하기를 요구한다는 시나리오다.


소련 미사일 탄두의 정확성과 폭발력에 관한 첩보 평가와 미니트맨 지하 격납고의 추산된 견고성에 관한 단순한 산술적 평가에 따르면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소련의 공격으로 비교적 소수의 미니트맨 대륙간 탄도탄만이 남아날 것이라는 게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미니트맨의 취약성 - 그것이 진실이건 관념적이건 - 이 전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소련에 의해서 악용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니트맨에 대한 그 같은 공격의 대응책으로서 미국 대통령이 상대방의 표적들에 대해 마찬가지 정도의 맹타를 명하는 외의 다른 선택이 있을 것인가?


미니트맨 탄도탄 배치 지역들이 서로 상당히 격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수학적 각본대로라면 적어도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니는 2,000개의 무기가 동원될 그런 공격으로 인한 필연적 피해는 굉장할 것이다. 의회 과학기술 사정국의 평가에 따르면, 지하 격납고 파괴에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소련의 그와 같은 공격탄두의 반수는 지면 폭발식일 터이니 주로 낙진에 의한 미국인 사망자 수가 200~2,000만 명이 될 것이다(이처럼 사망자 수의 큰 평가차이는 많은 조건의 극소~극대 차이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 군사력과 전체 경제적 기반의 75퍼센트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1,000만 명 안팎의 미국 시민이 처참하게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미국 대통령이 그런 강화 조건을 수락하리라고 소련 지도자가 생각한다는 전제하의 그런 이론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오히려 소련 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이 남은 지상 무기와 해상ㆍ해중 전략무기를 충동원해서 반격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소련인들이 그 같은 대결에서 확전(確戰)ㆍ상승을 통제할 그들의능력에 자신을 가질 것이라는 이 각본의 주장도 의심스럽다. 소련인들이 미국의 총지휘ㆍ통제ㆍ통신ㆍ정보 시설을 공격 목표로 선택치 않았다면 미국은 당연히 막강한 보복을 감행하거나 보다 더 선택적인 제1단계적 대응을 발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된다. 취약성이 있는 통제 성능 시설들이 동시에 공격받을 경우에는 선택적 반응은 약화되겠지만, 공격의 성격이 불분명할수록 ‘자동적’ 대량 반격의 가능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다.


 


연결효과론


 


유럽에서의 핵전쟁 문제는 지루하고도 아리송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소련의 지상 공격에 대해서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전략전력(戰略戰力)이 참여하는 전면적 핵전쟁으로 상승ㆍ확전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주어, 하나의 추가적 저지력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연결효과론’이 있다. 그와 동시에 전술핵전력은 제한적 전쟁 상황에서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을 상쇄하는 필수적 요소로 간주되어왔다. 이 목적을 위해서 미국은 유럽에 6,000~7,000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 50명에 대해서 한 개꼴로 많은 전술핵무기(그 하나하나가 히로시마를 잿더미로 만든 원자탄의 위력과 비등한)를 배치하고 있는 현실은 주의를 끌 만한 일이다. 전술핵무기는 몰론 이미 미국의 전매품이 아니라 소련도 그에 비길 만한 군사력을 꾸준히 육성해왔으며, 최초에는 SS-4, SS-5, 그리고 지금은 미국이 그에 꼭 대항할 수 있는 것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SS-20 등, 이른바 ‘장거리 전역용’(戰域用) 핵미사일을 소유한 지 오래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미국이나 소련이 유럽에 있는 목표들을 겨냥한 장거리 전략 미사일의 일부를 언제나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소련의 SS-20 이동식 중거리 탄도탄의 배치 증가에 대응해서 소련 영토를 공격할 사거리(射距離)를 가진 미국 단독 지휘권하의 퍼싱 II 장거리 미사일과 지상기지용 크루주 미사일을 유럽 땅에 배치하려는 문제에 관해서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SS-20과 제기되어 있는 새 전력을 유럽에 이미 오래전부터 배치되어 있는 단ㆍ중거리 핵무기들과는 별도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약간의 기술적 차이는 있다 즉 미국이 배치하려는 퍼싱 II 미사일은 불과 몇 분 이내에 소련령에 닿을 만한 충분한 사거리이고, SS-20은 소련의 여태까지의 어떤 중거리용 미사일 체제보다도 훨씬 정확하고 융통성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논란에서 가려져버리기 쉬운 관건(關鍵)적인문제는, 유럽이라는 전역에서의 ‘여하한’ 핵무기 사용도 그것이 확전ㆍ상승해서 두 초거인국 본토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막대한 유럽 비전투원(시민)이 살상되게 마련이라는 중대한 사실이다.


어떤 형식으로, 어떤 형태로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전술핵전이 되는 한, 유럽의 도시들과 인구 조밀 지역은 성역(聖域)으로 비켜 있을 가능성이 없다. 이럴 경우에, 지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 인구의 절반가량이 피난민으로 길가에서, 벌판에서 무리를 이루고 지낸 현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전투의 혼란 속에서는 인구 조밀 지역을 부주의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될 만한 통제제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즉각적 효과 외에도, 핵 낙진은 인구조밀에 기초한 제한조건 따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모든 상황에서 공통적 특징은, 전술핵무기 전쟁의 뒤죽박죽 속에서는 핵무기의 특정 표적 공격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불특정 표적 공격과 전혀 구분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중성자탄의 허실


 


특별히 거론돼야 할 문제가 또 있는데 이것은 미국이 생산하고 있는 중성자탄이다. 중성자탄은 탱크의 철갑을 뚫고 들어가 탱크 승무원을 죽이는 힘이 있어 주로 탱크 공격무기로 특별히 고안된 것이라고 야단스럽게 선전되었다. 그런데 중성자탄은 사실상 막강한 폭발력을 지니는 일종의 핵무기라는 것이 얼버무려져 있다. 같은 크기의 ‘보통의’소형 핵무기에 비해서 10배 안팎의 중성자를 방출하지만 중성자탄 역시 폭발로 인한 돌풍ㆍ열ㆍ순간적 방사선으로 사람을 죽인다. 예를 들자면, 미국이 랜스(Lance) 미사일에 장치하려 하고 있는 중성자 탄두는 1킬로톤의 폭발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히로시마가 경험한 경우의 폭발 중심점에서 그 절반 정도의 거리 이내에서는 히로시마와 같은 정도의 폭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인구 조밀한 지역 근처에 있는 탱크에 대해서나 전투의 와중에서 표적 결정에 실수가 있을 경우에는 중성자탄은 그 지역의 비전투원과 건조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성자의 치명적 작용에 관해서는 엄밀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가로막는 건조물이나 돌출지형 때문에 폭발력이 쇠약해질 수도 있을 것이고, 노출된 전투원을 결과적으로 사망케 하는 방사선의 양과 당장 그 자리에서 전투를 계속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방사선의 양과의 사이에는 많은 차가 있다. 실제 상황 아래서는 전투 현장의 지휘관도 그렇고 더구나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정책 결정자에게는 적이 쏜 것이 중성자탄인지 다른 종류의 핵무기인지 도저히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런 까닭에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의 에스컬레이션, 핵무기의 결과적 피해의 문제들, 표적 선정 착오에서 기인하는 파멸적 재해 등은 사용하는 핵무기의 종류ㆍ성격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요약해 말하자면, 소련의 재래식 또는 핵무기 공격을 ‘저지’(deter)한다는 목적에서의 중성자탄이건 그밖의 어떤 ‘전술적’핵무기의 사용이건 그것이 실제로 사용되기만 하면 본래의 의도대로 ‘제한된 상태’로 머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주 기본적 핵심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현대전에서의 ‘방화선’(防火線)은 그 전쟁이 전략적이건 전술적이건 관계없이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사이에서 가능할 뿐, 뭐라고 지칭하든 핵무기의 범주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핵방어 논리의 허점


 


우리가 선천적으로 ‘미친’(MAD)세계에살고 있다는 명제는 궁극적으로 대규모 핵공격에 대한 주민의 효과적 보호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ㆍ기술적 결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핵무기의 파멸적 폭발력에서 돌이킬 수 없이 도출되는 이 같은 비관적 기술적 산출은 재래식 공격과 핵공격에 대한 방공(防空) 사이의 기본적 차이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재래식 폭탄을 실은 폭격기들에 대해서는 각 파(波)의 폭격기 수의 10분의 1씩만 격파할 수 있으면,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한때 있었던 것과 같은 지속적 공습도 물리칠 수 있다. 그와 같은 방어 능력에 대해서 10회 출격하고 나면 그 폭격기 전력은 당초 3분의 1 이하로 감소될 것인 바, 90퍼센트 이상의 폭격기가 돌파한다 하더라도 재래식 무기로 입힌 피해의 정도에 비해서 굉장히 값비싼 대가가 아닐 수 없다.


이와는 달리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 공격에 대해서는 방공체계가 각 파마다 90퍼센트의 폭격기를 격파한다 하더라도, 침투에 성공한 10퍼센트의 폭격기가 도시나 인구 조밀 표적에 파멸적 파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전연 충분하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 방어논리를, 다수의 핵미사일에 대해서 주민과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탄도탄 방어에 원용한다면, 단 1발의 탄두의 침투도 연표적(軟標的)의 막대한 파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거의 ‘완벽’해야 할 것이다. 실제 문제로도 방어망은 완벽해야 할 뿐 아니라, 적은 뜻대로 표적 선정을 할 수 있는 까닭에 그 방어체제는 전국을 완전히 덮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방어체제는 효과적인 동시에, 단순히 몇 개의 선정된 표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방어하려는 전 지역을 두껍게 덮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어체제는 그것을 교란하고 기만할 수 있는 적의 각종 기술과학적 발전 때문에 실제로는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정교하고 정밀한 방어과학을 발전시키고 조직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에 의해서 훨씬 적은 비용으로 침투ㆍ돌파될 수 있기 때문에 미ㆍ소 양대 핵강국의 현재의 가장 우수한 ABM(反彈道彈)방어기술도 별 효과가 없다.


 


레이저 광선ㆍ입자 광선 방어의 한계


 


레이저 광선이나 입자 광선 같은 새로운 발상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레이저 광선은 구름에 차단되고, 입자 광선은 공기를 뚫지 못하는 결함이 있어서 그것을 안정된 방위무기로 이용하기는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권과 관련된 이 난제는 방어체제를 우주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피할 수가 있다. 우주기지의 방위체제는 공격 미사일이 대기권 재돌입 단계에 들기 이전의 발사비행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우주기지 체제는 굉장한 시간적 소요를 수반하는 지극히 복잡한 구조의 천체 기구를 궤도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어려움이 남아 있다. 여태까지의 연구분석으로는 이런 유형의 종합적 방어체제는 1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필요로 하며, 그 전체 구조를 조립하는 데는 그야말로 수천 회의 우주왕복선의 왕래가 필요하다. 그 비용은 수조(兆) 달러로 추산된다. 그런 거대한 체제를 관리할 통제관리 방식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물리적 공격에 대한 약점이 있고, 체제의 운용 과정에 부수되는 온갖 고장 요인이 있다. 결론적으로는 이것을 종합해서 말하자면, 여태까지의 책임성 있는 연구로는 적어도 앞으로 20~30년간은 그런 종류의 ‘살인 광선무기’가 탄두미사일 요격무기로는 별 효과가 없고, 따라서 그런 것들의 이용이 우리의 이 ‘발광’(MAD) 상태의 세계적 성격을 조금도 변화시킬 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대공방어의 공중 공격체제


 


항공기에 대한 방공은 현 세계의 본질적인 ‘발광’상태를 잘 설명해준다. 소련은 방공체제의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미국의 전략적 공중 공격체제는 그 때문에 그 파괴 능력이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전자공학적 교환 방법과 미사일에 의한 적 방어기능 억제의 도움을 받을 경우, 현재의 구식 B-52형 폭격기 편대의 상당 부분이 현재 수준의 소련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 분석이 일치하는 바다.


미국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AWACS(Airborne Warning and Control System, 공중경보관제체제)와 비슷한 ‘내려다보기’식 레이더기(機)를 앞으로 소련이 실용 배치하게 되면 B-52형 폭격기의 방위망 돌파 능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되리라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내려다보기’식 경보장치도 B-52형 폭격기에 곧 장비되도록 생산 중인 공중 발사용 크루주 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다.


이 방식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현재 방식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방위체제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것이 갖는 침투 능력은 조금도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몇 가지 새로운 기술에 의해서 폭격기와 크루주 미사일의 침투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특히 비행기와 크루주 미사일이 레이더에 잡히는 감도(感度)를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소위 ‘은밀’(stealth)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대공 방어체제와 전략 공중공격의 두 체제 간의 공박에 있어서는 공격 쪽이 그 엄청난 가해 능력을 보유한다는 결론이다. 이 사실은 미국과 소련의 경우에 서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미ㆍ소 두 초강대국 사이에는 ‘상호 인질’(相互人質)의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민방위론의 한계


 


가끔 들리는 말에, 민방위로 ‘발광’(MAD) 세계의 필연적 재해를 회피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심지어 초강대국 간의 전면적 핵전쟁에서 승자로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핵전쟁의 필연적 결과적 상태를 상상도 파악도 할 줄 모르는 일부 민방위론자들의 완전한 무능을 반영하는 것이다. 민방위가 생명을 구호할 수 있고 또 이 분야에서의 노력에서 소련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전면핵전쟁에서 이렇다 할 만한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민방위는 현재 쌍방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는 활동 노력이 필요하며, 민방위로는 아무리 해봐야 쌍방이 존속 가능한 사회로 남거나 상당수의 인구를 보호할 수 없음을 모든 연구 조사 결과가 밝혀주고 있다.


소련은 전체 도시 인구의 약 10퍼센트에게 낙진과 핵돌풍에 대한 보호시설을 제공하는 방공호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는 증거들이 있다. 완전한 보호는 못 되더라도 다만 대다수의 도시 인구의 보호를 위한다면 도시 인구 전부를 완전히 지방으로 소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로는 소련에서 실제로 도시인구의 지방 소개 훈련은 없다. 그런데도 소련 민방위의 효율성을 무작정 믿고 있는 사람들은 소련에는 도시 소개(都市疏開) 세부계획이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면밀히 검토해보면 그 같은 소개계획의 실효성에 관해 커다란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군비통제ㆍ군축관리국이, 합리적이고 타당성 높은 모델을 사용하는 통상적인 표적 선정 방식을 가정해 계산한 바로는, 모든 시민의 전면 소개와 방공호 시설을 완전 이용하더라도 소련인 2,500만 명이 죽을 것이다. 국방성의 모델 연구방식으로는 그보다 더 많은 소련인이 죽게 되어 있다. 게다가 전면적 시민 소개는 아무리 못 잡아도 1주일은 걸릴 것이다.


만약 보복공격이 낙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면 폭발이 일어날 경우에는 사망자 수가 4,000만~5,000만 명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일부 예비 핵무기가 소개된 비전투 주민 집결지를 목표로 사용할 경우에는 사망자 수는 7,000만에서 8,500만까지 증대한다. 핵무기 신봉자들은 최근까지도 핵전쟁에서 의료 기능이 상실된 후의 무수한 낙진 피해자들의 운명에 관해서나, 생존자일지라도 생존에 필수적인 경제적 토대와 도시 주택시설의 거의 완전 파괴에 따르는 문제들에 관해서는 말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다.


끝으로 지적해둘 사실은, 소련이 미국 산업보다 훨씬 집결되어 있는 그들의 공업을 분산하거나 견고한 보호시설 속에 집어넣으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조금도 놀라운 일이 못 되는 것이, ‘발광’적 핵무기 신봉 세계의 도시 사회의 내재적 취약성은 그것을 현실적ㆍ구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발광’(MAD)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운명


 


이상에서 기술한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발광’(MAD)의 세계에 살게끔 운명지어진 것이다. 현재 초강대국이 소유하고 있는 핵무기 보유량의 엄청남, 군사 목표에 대한 핵무기 사용에 따른 필연적 파괴, 전략적 지역방위의 기술적 제약성, 핵전쟁의 상승ㆍ확대를 통제하려는 노력과 과정상의 불확실성 등, 핵무기의 본태적 위력의 속성으로서 그럴 도리밖에 없다.


초강대국 간의 상호 인질적 관계를 규명하는 기초적ㆍ기술적 고려를 극복하기에는 관련된 문제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크고, 기술적 군사 발전이 너무도 지지부진한 까닭에, 가까운 장래에 이 사태가 바뀌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


이 모든 실정을 검토한 결과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부 핵무기 숭배자들이 제창하는 ‘멍텅구리’(NUTS, 핵 사용 목표 선정 전략)적 접근 방식은 ‘발광’(MAD, 상호 확실 파괴)적 세계로부터의 안전 탈출이 되지 못할 뿐더러, 상호 확실한 파괴적 세계의 소름 끼치는 현실 상황과는 관계 없이 제한적 또는 통제된 핵전쟁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조장하는 심각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일차적 희망은 MAD적 현실 상황을 무시하는 NUTS적 전쟁이론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핵무기로 가득 찬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를 그 실상대로 인식함으로써 세계를 보다 더 안정되고 보다 덜 위험스러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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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엮은이주: 미ㆍ소 초강대국의 핵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갔던 쿠바위기(1962)를 계기로 반전(反轉)한 세계적 화해(데탕트) 분위기와 핵무기 제한 노력은 70년대 말에 이르러 다시 치열한 핵무기 경쟁시대로 다시 급선회했다. 미국은 소련과의 사이에 체결할 핵무기 제한협정(SALT)의 비준을 거부하고 새로운 중성자탄의 실전 배치를 공언했다. 소련도 이에 대응하여 핵전(核戰) 능력의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70년대 중반에는 인도가 핵폭탄 실험폭발에 성공하여 핵무장을 선언함으로써 제6의 핵국가로 등장했다. 이스라엘과 남아공화국 등 국제적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종주의ㆍ영토 팽창주의적 국가들을 선두로, 10개에 달하는 중진국가들이 핵무기 숭배사상에 사로잡혀 있다.


핵무기를 국가 주권의 상징이나 집권세력의 위신의 장식물로 여기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있다. 핵무기는 과연 국가 방위의 만능약이 될 수 있는가? 핵무기 숭배사상이 군인과 정치가도 아닌 일반 시민에게까지 스며들고 있는 현실에서 그 실태를 인식하는 일은 현대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필자 키니(Spurgeon M. Keeny, Jr.)는 현재 와싱톤 국립과학원 객원학자이며, 1963~69년 사이에 미국 국가안전회의 고문, 1969~73년 사이에는 미국 군비 관리 및 군축국(軍縮局) 국장보(局長補), 1977~81년 사이에는 그 부국장을 역임한 과학자다. 파노프스키(Wolfgang K.H. Panofsky)는 현재 스탠퍼드대학 물리학 교수 겸 동대학 원자연구소 소장이며, 1960~65년 사이에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 의원, 1977~81년 사이에는 군비 관리ㆍ군축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논문은『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 1981년 겨울호에 실린 것이다.


1) 호두ㆍ밤ㆍ개암 따위의 딱딱한 열매인 nut는 미국의 속어에서 돌대가리ㆍ멍텅구리ㆍ바보ㆍ어리석은 놈 등의 비어로 사용된다. 필자는 여기서 “말의 뜻을 바꾸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약칭에는 그런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앞에 나온 ‘상호 확실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를 MAD(광증, 미친 상태)로 약칭한 것과 상호 연관시켜서 그와 같은 핵무기 이론을 풍자하는 의도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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