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야마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도미야마 선생님
저는 2월달에 니치후쓰(日仏)회관에서 열린 ‘튀어라, 봉선화’ (*도미야마 씨가 제작한 영상 작품) 를 감상하는 기쁨과 감동을 경험한 지금 도쿄대학 사회과학연구소에 와 있는 서울 한양대학 리영희 교수입니다. 그날 영상에 1980년 5월18일의 계엄령과 대량 체포된 주요 인물 명단의 호외에 자기 이름을 본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늘 석간신문에 선생님의 나카무라 마사요시상 (*유명한 일본화가) 수상 기사를 읽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박형규 목사의 권유로 그날밤 니치후쓰회관에 가서 도미야마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음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도미야마 선생님의 ‘튀어라, 봉선화’를 본 며칠 후 한국의 총선거에서 민주주의를 구하는 동포의 염원과 열정이 분출한 결과를 보고 친구 몇명이랑 밤새워 통음한 것은 일본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정권의 공공연한 부정이 없었더라면 그 총선거는 틀림없이 민주주의를 구하는 쪽의 승리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1971년 김대중 씨와 박정희 대통령과의 대결선거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의 부정이 봉쇄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을 확신합니다.
그날까지 도미야마 선생님도 건강한 몸으로 조선민족의 통일과 군사정권의 종말의 촉진을 위해 일본사람의 각성에 더 힘써 주십시오. 서울에서는 자연의 봄과 함께 상황의 봄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건강을 빕니다
1985년3월20일 밤 리영희 드림 (번역 정강헌)
리영희선생는 1985년 일본 도쿄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초빙교수로 도쿄에 머무는 동안 그 해 2월, 1984년에 제작된 조선인 강제동원 시리즈 영화 <터져라, 봉선화>를 보고 도미야마 선생을 알게 된다. 이 편지는 얼마 후 신문에 난 그에 관한 기사를 보고 보낸 편지이다. 도미야마 선생은 2021년 연세대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1970년대 부터 교류한 한국인과의 편지를 함께 전시했는데 리선생의 편지는 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