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고 슬픔은 조금씩 엷어졌지만, 가끔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선생님, 시계추가 저쪽으로 가더니 안 오네요. 언제나 이쪽으로 다시 올까요?”라고 질문도 하고 싶다.

든든하게 기댈 수 있었던 스승은 떠나시고, 긴 겨울은 추웠다.

리영희 선생님은 사상의 은사입니다! (2012년 12월 6일, 한양대 동문 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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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1-02-23 14:3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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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6일 한양대학교 경영관 SKT홀에서 '故 리영희 선생님 2주기 추모 강연회'가 '우리 시대의 리영희 선생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한양대 동문 모임 '진사로'의 조용준 회장의 추모사를 옮깁니다.


이제 2012년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정권교체' '정치혁신'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지만 저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역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는 꽃'인가 봅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습니다. 선후배들의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리영희 선생님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이미 리영희 선생님은 와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인권연대 특강에서 이명박정권의 출현은 "파시즘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예견하셨습니다. 이번 대선에 저는 그래서 더욱 리영희 선생님의 부재가 아쉽고 벌써 선생님이 타계하신지 2주기가 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의 생애 초반 20년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세뇌되어온 세월이었습니다. 저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선생님 말씀대로 우상에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1983년 한양대학교에 들어와서 읽은 선생님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은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읽고서야 저는 비로소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은 저의 '사상의 은사'이십니다. 1984년 당시 저는 공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리영희 선생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사회대 동기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책으로만 뵐 수 있었던 선생님과 한양대에서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리영희 선생님이 "우상과 이성" 서문에서 밝히신 경구를 마음에 새기고자 노력합니다.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

 

저 역시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역사적 시대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을 무릅쓰고 우상에 도전해 왔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만, 현실에 이르러 리영희 선생님이 엄혹하던 군사독재 시절에 홀로 외롭게 지키셨던 민주주의의 성과가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 너무나도 안타깝고 부족한 제자로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제 '리영희재단'이 출범하였다고 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저희 한양대 동문들도 리영희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2주기를 추모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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