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리영희상 시상식을 마치고 (2014년 12월 3일, 박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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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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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제2회 리영희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번 제2회 리영희상은 탈북화교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을 집중 보도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등 취재팀과 이 사건 변호를 맡은 민변의 장경욱 님등 변호인팀이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지난해 제1회 리영희상 수상자는 국정원 대선개입(댓글)사건과 관련한 국회청문회에서 경찰수뇌부의 수사축소/ 은폐 압력을 증언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습니다.
1,2회 수상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국정원이 주도한 사건과 관련해서 리영희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바로 우리사회의 가장 치명적이고 중대한 거짓을 조작하면서 국가폭력을 휘두르는 국가기관이 여전히 국정원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리영희 선생이 진실을 밝히는 글을 발표할 때마다 정면으로 부딪친 국가기관이 옛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그리고 지금의 국정원이었으니 리영희 선생과 국정원과의 악연은 돌아가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만큼 참 질기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제2회 리영희상이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리영희 상은 리영희 정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오늘에 구현하고 실천한 분들을 찾아내 드립니다. 재단이 정한 리영희상 시상내규에서는 리영희 정신을 "어떤 상황에서도 굽힘이 없이 진실을 추구하고 진실을 지키기 위해 이성적이고 용기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상황에서도'라는 표현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국가권력을 포함한 모든 권력의 노골적인 위협 압력 탄압 투옥 고문 등 고난이 훤히 예상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오직 진실에 헌신한 리영희 선생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세력들의 악행이지요.



이번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취재팀과 변호인팀은 바로 이 국정원과 검찰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권력기관에 정면으로 맞서 유우성씨 간첩사건이 이들에 의해 완전 조작된 것임을 드러내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글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진실이라는 다윗의 짱돌이 거대권력 골리앗을 정통으로 맞혀 쓰러뜨린 격이지요. 리영희 선생은 권력의 억압에 맞서 평생 진실을 위해 헌신한 당신의 일생을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의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앞다리를 들고  맞서는 모양)의 우직이었노라며 겸손해 하셨습니다만, 그 당랑거철의 우직이 이번에는 변호인팀과 뉴스타파팀이 국정원과 검찰의 폭주를 멈춰세운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아마도 국정원과 검찰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들이 유우성씨 사건은 이미 결말이 뻔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조작됐다는 합리적 의심을 버리지 않고 끈질기게 그리고 용기있게 실체적 진실을 파고들어간 우직스러움에 국정원과 검찰이 두 손을 들고 말았으니 기적 아닌 기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리영희 선생의 글쓰기 작업이 국정원과 검찰로 표상되는 수구냉전세력의 사상적 이념적 기반을 뒤흔든 강도높은 지진과 같았다면, 이번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을 밝혀낸 뉴스타파팀과 변호인팀의 활약은 이 두 권력기관의 목을 겨눈 칼끝과 같았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신임이 남달리 두터웠던 남재준 국정원장도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당랑거철의 리영희 정신으로 국가폭력의 저거노트에 큰 타격을 안겨준 두 팀은 그래서 리영희상을 공동수상할 자격이 차고 넘쳤습니다. 재단으로서는 오히려 이들이 리영희 정신을 새삼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상식 인사말에서 이들에게 어떤 찬사의 말을 할까 고민한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리영희 선생이 살아 계셨더라면 이들의 활약을 보시면서 떨리는 손으로 '잘 싸웠어. 고마워요'라는 엽서를 써보내 칭찬하고 격려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제2회 리영희상 시상식장은 받는 쪽도 행복해 했고 주는 쪽도 행복감을 느낀 훈훈한 마당이었습니다. 리영희선생 사모님을 비롯한 가족들도 훌륭한 일을 한 분들에게 리영희상이 돌아간 것을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이 그렇듯이 시상한 뒤에는 일말의 아쉬움도 남게 마련이지요. 이번에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에서 뉴스타파팀과 함께 진실을 드러내는데 크게 기여한 한겨레 허재현기자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 바 아니었으나 부득이 그분들 모두에게 수상의 영예를 드리지 못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어진 토크쇼에서 장경욱 변호사 최승호 피디 유우성씨 등이 모두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자세한 내용을 여기서 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만 유우성씨가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고 가족들도 고통속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때는 몹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가 국정원과 검찰조사에서 그들의 협박이나 거짓자백 강요에 맞서 싸우다 힘에 부쳐 죽음까지 각오했으나, 그와 같이 자유를 찾아 탈북한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버티어냈다는 대목에서는 목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그가 자신의 진실을 위해 용감하고 뚝심있게 고난을 겪어내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점에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세상에 밝힌 가장 큰 공로는 유우성씨 본인에게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실의 추구와 진실을 토대로 한 연대만이 모든 사회적 억압과 권력의 횡포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리영희 재단은 앞으로도 이 일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잠깐! 리영희 상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전세계에서 리영희 정신을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이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는 미국의 CIA등 국가정보기관들이 벌인 전세계 지도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에 대한 도감청과 감시활동 및 온갖 음험한 비밀작전 등을 담은 비밀문건을 대량으로 폭로해 세계를 경악케 했던 전 CIA와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력한 후보로 추천됐더랬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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