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 폴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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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5-03-04 06:44
조회
102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폴 림(Paul Liem) / KPI(코리아정책연구소) 이사


UC 버클리에서 리영희 교수가 1987년 한국 현대사를 강의한 이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전망은 여러 차례 부침을 겪어 왔다. 안타깝게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하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은 극우로 치우치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평화 속에서 공존할 수 있으리라는 리 교수 제자들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 동안, 미국 민주당은 '전쟁의 당'으로 변모하였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와 첨단 무기를 쏟아부었으며,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집단 학살적 행위를 군사·외교적으로 지원하였다. 또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다자 군사 동맹을 구축하였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미·일 3자 동맹을 적극 수용하고,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 훈련의 규모와 빈도를 확대했으며, 대한민국의 항구와 영공을 일본 군함, 미 핵잠수함 및 B-1B 폭격기에 개방하였다. 또한, 무기를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행보를 통해 미국 민주당과 운명을 함께했으며, 민주당은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산업 공동화, 사회기반시설 붕괴, 극심한 부의 불평등 및 ‘영원한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반대로 도널드 J.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내걸고 동맹국들이 스스로 전쟁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하며, 2024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공석 상태에 놓여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바이든이 수호하려 했던 ‘자유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그대로 수용하며, 러시아·중국·이란·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적대하는 데 몰두하였다. 동시에 그는 국내 정치에서도 유사한 태도를 보이며, 국회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권위주의적’ 적으로 규정하고 탄압하였다. 그 결과, 그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당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부적절한 계엄령 선포를 시도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후원 방식은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로 대체되고 있다.


리영희 교수는 UC 버클리에서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이 후원하는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역사적 민주화 운동 전통 속에서, 대다수 국민은 헌법과 민주적 절차를 지지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국민은 북한과의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공산주의 음모’를 적으로 규정하며 남북 관계의 전환보다는 북한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리영희 선생은 미국 UC 버클리에서 초빙교수로서 “한국: 지역분쟁 사례 연구” 강의를 맡았다. 사진은 리영희의 강좌를 소개한 버클리 대학신문 (출처: 재단 제공)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취약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계엄령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 진영이 서민 경제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40여 년 전,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두환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당시만 해도 부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주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치인, 금융기관, 노동조합조차도 가계 부채 증가가 저출산 문제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의 자주권 역시 민주주의 진영이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소수의 재벌에 의해 주도되며, 수출 의존도가 높다. 무역으로 인한 이익 대부분이 재벌에 집중되는 반면, 노동자들은 노동 탄압, 근로 시간 연장, 실업 증가, 그리고 부채 증가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사회 내 부의 공정한 분배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주의 진영은 대외정책 차원에서도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비우호적’이라고 간주하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진영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명확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2025년 국가 예산안 5,100억 달러 중 455억 달러가 국방비로 책정되어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한미 군사동맹 유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국민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한미 관계는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및 기타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지속될 수 있으며, 미군 주둔을 지속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또한 북한과 평화 협정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는 최근 러시아와 관계를 재정립한 북한의 외교적 입장과도 연계될 수 있다. 72년간 휴전 상태를 유지한 한국전쟁은 미국의 ‘가장 오랜 전쟁’(forever war)으로 남아 있다.


평화적 통일을 위한 첫걸음은, 대한민국이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주장해 온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신념을 내려놓는 것이다. 한쪽이 상대의 영토를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는 한,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하다. 이 장애물을 제거하고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게 된다면, 남북한은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한반도에서 평화 속에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적으로 틀릴 수도 있지만, 만약 리영희 교수가 오늘날 UC 버클리에서 강의를 한다면, 남북한이 독립된 국가로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과거 통일 방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맞춘 현실적인 통일 방식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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