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 대선을 돌아보며 (2부) / 김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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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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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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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 대선을 돌아보며 (2부)



 


 


 


 


김성숙 / 시나리오 작가 및 필름메이커



  1. 누가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가? -포퓰리즘과 미대선

  2. 플로리다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플로리다주 유대인과 미대선

  3. 오백년을 살아온 서안지구 올리브 나무 이야기 -가자 전쟁과 미대선

  4. 누가 우리집 고양이를 잡아먹었나? -난민과 불법 이민과 미대선 

  5. 경제는 정치의 북극성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중산층과 블루칼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빼앗겼나?

  6. 드수노씨는 미 대선에서 누구를 뽑았을까?


      4. 누가 우리집 고양이를 잡아먹었나? -난민과 불법 이민과 미대선


그들이 나의 오후 산책로에 나타난 것은 2024년 봄이었다. 그들은 모두 젊었고 조금 마른 체형에 검은 피부를 가진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미국인은 아니었고 내가 만났던 남미계 흑인들과도 어딘지 달랐다. 가끔은 경찰차가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핸드폰을 보거나 벽에 기대어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호등에 멈추어 선 나를 지나치며 화려한 머리 두건을 쓴 젊은 흑인 여자 두 명이 숨을 헐떡이며 신호도 무시하고 달려가는 거였다. 때마침 봉고차 한 대가 교차로를 지나갔다. 봉고차는 무리 지어 있던 남자들 앞에 멈추었다. 차 문이 열리고 40대로 보이는 히스패닉 남자 한 명이 내렸다. 그는 차에 싣고 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수 만든 음식을 펼쳤다. 소문으로만 듣던 배고픈 이민자를 먹인다는 어느 선한 사마리아인의 밥차였다. 삼십여 명의 젊은이들은 식판을 들고 줄지어 기다렸고 숨이 멎을 듯 달려가던 두 여자도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가도록 나는 매일 그들을 지나쳐갔다. 그런데 대선이 지나고 겨울바람이 불던 어느 날 그들은 어딘가로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한 국가로서 우리는 당신께 말합니다. “만약 당신이 벗어나려 한다면, 억압에서 벗어나는 여정에 있다면, 우리에게 오십시오”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당시 후보자는 트럼프 1기와 다른 유화적인 이민자 정책을 표명했다. 이는 난민에 대한 법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국제 협약인 “1951 Refugee Convention”에 따른 것으로 ”인종, 종교, 국적, 특정한 사회 정치적 의견을 가진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받아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하며, 그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각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최종 도착지 국가에서 난민 신분으로 망명을 신청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약과 보조를 맞추며 망명에 대한 규칙과 여타 이민정책을 순화했다. 그 결과 2021~2023년 사이 미국으로 유입된 연평균 이민자 수는 (annual net migration) 240만 명에 이르고 첫 3년간을 합하면 8백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1850년대와 1920년대 엘리스 아일랜드 시기를 포함해서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이다. 이들 중 불법 이민자가 60%가 넘는 5백만 명에 달한다. 그중 일부는 임시거주증을 받아 이민 법정을 오가며 망명이나 여타 이민정책에 합당한 신분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 것이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불법체류자로 남았다.
이렇듯 몇 년 사이에 급증한 이민자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떠나서 여러 도시의 시장들과 주지사들, 지역과 주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덴버에서는 도시로 들어온 수만 명의 이민자들로 인해 홈리스들 조차 쉼터를 구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뉴욕 맨하탄 고속버스 터미널에도 어디서 오는 건지 매일 수많은 이민자들이 버스를 타고 밀려들었다. 급증하는 이민자로 인해 사회안전망에 일시적인 누수가 일어나는 현상은 미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민자가 급증한 외부요인으로는 아이티의 지진과 정치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 사태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난민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 밀반입 조직의 확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미국 이민사에 유례가 없는 이민자의 급증은 미국의 사회 정치적 지형을 흔들고 선거 구도와 역관계를 바꿀 만큼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적령기 이민자의 급증은 노동시장의 공급과잉을 가져왔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비숙련 블루칼라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고 이 계층 노동자들의 임금 저하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이들 비숙련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히스패닉계와 미국 흑인 남자 노동자들이 일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첫 장에서 언급했던 트럼프 캠프 소액후원의 중심이 되었던 유피에스 노동자들도 히스패닉계와 흑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인 히스패닉계의 이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0년 트럼프가 30% 득표에 그쳤던 리오그란데를 비롯한 국경 접경지 남부 텍사스 6개 카운티에서 2024년에는 트럼프가 모두 승리를 거둔 것 등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라티노 표는 해리스 56% 트럼프가 42%였다. 해리스는 2000년 바이든 후보의 66%에 비해 10% 하락했다. 라티노 유권자를 연간수입 대비 상(10만불 이상) 중(5만~10만불 사이) 하(5만불 이하)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하층과 상층에서 민주당 지지표가 이탈했고 중간층 그룹은 70% 대로 가장 높았다. 또한 아리조나, 메인, 미시간, 네바다, 뉴욕, 위스콘신주의 연방 하원 선거에서는 경합지 민주당 후보자들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선거 직전 10월에 있었던 뉴욕타임즈/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7%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지지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이민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날조하며 범죄자 프레임을 씌웠다. 하지만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주장과 달리 범죄율은 최근 몇 년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9월 10일 ABC 방송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스프링필드에서, 그들이 개를 먹는다, 그들이 와서 고양이를 먹는다. 그들이 먹는다.
그들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애완동물을 먹는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에 스프링필드 시장이 직접 방송에 나와서 사실과 다른 거짓이라고 해명했지만 벤스 부통령 후보까지 나서서 소문을 더욱 확대시켰다.
오하이오의 작은 도시 스프링필드는 아이티 난민들이 TPS(임시거주증)를 받아서 합법적으로 일하며 살아가던 곳이었다. 트럼프 당선 후 스프링필드에서 6만명의 아이티 난민들이 추방당할까 두려워 몇 년 동안 가꾼 생활 터전을 버리고 황급히 떠났다.
국제난민법과 인권법에 명시된 규정인 “non-refoulment” “non-removal” “non-return”에따르면 난민들을 그들이 떠나왔던 곳으로, 생명의 위협과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게 될 상황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은 근거없는 반이민적 내러티브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폭탄 테러 위협이 발생해 학교와 정부 청사가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고, 일부 이메일 협박 내용에는 지역 내 이민자 유입과 관련된 언급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출처: PBS NEWS 캡처)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 3년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8백만 이민자 중 5백만에 달한다는 불법 이민자는 누구일까? 그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임시거주증도 받지 못하고 3년간의 유화된 이민정책 속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 남았다.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남미의 “dry corridor”로 불리는 지역에서만 최근 몇 년 사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 국경을 넘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Dry corridor’는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를 거치며 길게 띠처럼 이어지는 땅으로 전세계에서 식량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며 오랜 분쟁과 정치적 불안정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계속된 지독한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농민들은 기근으로 내몰리며 고향을 떠났다.


이처럼 중남미 지역의 곳곳에서 전례가 없는 가뭄과 홍수와 폭우와 산사태 등의 재난으로 생업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높은 주거비를 내야 하는 도시로 밀려와 무장한 갱단 간의 싸움이 빈번한 빈민가로 흘러들었다. 물론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재민들이 다 국경을 넘어 새 삶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걸고 국경을 넘어가는 이주의 여정은 아직은 젊고 더 나은 삶을 향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자들의 것이다.
2016년 12.21 허핑톤 포스트는 “The 21st Century Gold Rush”라는 기사에서 “How the refugee crisis is changing the world economy”라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이 기사는 시리아 내전과 중부와 동부 아프리카 지역분쟁으로 촉발되어 유럽 전역에 이른 대규모 난민의 이동을 밀반입조직과 조직원, 개별 난민들의 삶의 저변에 이르기까지 나이지리아와 이탈리아, 터키와 독일까지의 여정과 각각의 거점 지역에서 발생한 경제 상황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다루었다. 우리는 이 기사를 통해서 난민 발생과 “push and pull” 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migration의 동력을 다양한 주체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2020~2023년 사이 Horn of Africa로 불리는 지역에서 4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식량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 발생한 이재민의 숫자가 330만명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즈음이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한적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리는 밀려드는 아프리카 난민들로 집주인이 없는 고색창연한 건물들 처마 밑까지 구석구석 메워지고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로 생업의 터전을 잃은 아프리카 이재민들이 기존의 migration의 동력 속으로 들어오면서 대규모 국제난민이 발생한 것이다.
2024년 10월 발표된 기후위기와 Human migration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텐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초래한 자연재해는 목축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현재의 기후위기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고질적인 빈곤과 사회 정치적인 불안 요인들을 확대 심화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migration의 동력과 맞물리며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규모의 인류 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기후협약은 “slow-onset disaster”로 발생하는 이재민과 난민을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심층적인 연구와 대책 마련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정책과 함께 2021년부터 미국으로 몰려든 엄청난 규모의 불법 이민자들 또한 남미 “dry corridor” 사례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slow-onset disaster”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2024년 6월 대선국면의 한가운데서 바이든 행정부는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유화정책을 중단하고 시행령을 강화했다. 그 결과 국경을 넘는 이민자 숫자는 급속도로 줄었다. 선거결과 이번 미 대선의 당락을 결정한 유권자들의 표심은 경제문제와 더불어 불법 이민자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5년 미국은 새해 벽두부터 LA 산불로 인한 유례없는 대화재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랜 가뭄과 강풍으로 일어난 산불은 화재 진압에 특화된 캘리포니아 소방시스템의 모든 프로토콜을 무력화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밝힌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는 화재의 원인을 주정부의 잘못된 수로 정책 탓으로 돌리며 정쟁으로 몰아갔다. 기후협약 탈퇴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이번 대화재와 기후위기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을 시작했다.


가뭄을 비롯한 기후위기는 점진적 재난(Slow-onset Disaster)의 주요 원인이며, 이는 대규모 강제 이주로 나타난다. (출처: https://blog.naver.com/jhydoor/222406804792)


      5. 경제는 정치의 북극성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중산층과 블루칼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빼앗겼나?


“It was, it is and it always will be the economy.”
민주당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라고 했다. 그는 2025년은 정치의 나침판이자 북극성인 경제라는 진실에서 벗어나지 말고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미 대선에서 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전면에 내걸고 그 분노의 동력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렀고 포퓰러보트에서도 이겼다. 그 결과 그의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산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서 고르게 득표하며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 유권자들은 코로나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력과 강한 경제지표로 GDP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잡아나가던 미국경제가 왜 문제라고 보았던 것일까?
팬데믹 당시 미국 노동인구의 상당수가 평균 18개월 동안 일하지 않고 정부 지원으로 월급의 70%를 받으며 살았고 가게 문을 닫았던 스몰 비즈니스 소유주들도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지원받았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코로나 이후 불어닥친 인플레이션의 파고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서 제임스 카빌이 언급한 ‘경제는 정치의 북극성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미 대선에서 드러나듯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한 경제문제는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실질적인 지표가 아닌 “economic narrative”라는 개념과 “Perception is everything in politics”와 같은 프리즘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선거결과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정책에서 성공하고도 “economic narrative”에서 밀렸고, 코로나 이후 불어닥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들이 맞닥뜨린 경제적인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전혀 다른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처럼 비추어졌다.
겉으로만 보면 이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미국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의사당을 습격한 폭도들과 현장에 있지 않았던 습격 관련자들도 모두 기소되었고 일부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당적을 떠나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트럼프를 탄핵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반민주적인 선동과 사회적 이슈뿐만 아니라 트럼프를 기소하고 법정에 세우는 문제-비록 그 사유가 정당하다 할지라도-에 대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이번 대선전에서 민주당이 극우-MAGA를 상대로 퍼부었던 비난은 모욕적이고 정치적인 음치들의 소리처럼 들렸다고 했다.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과 그들의 리더를 사악하다고 폄훼하는 것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다며 그들의 경제적인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공화당의 경제적 아젠다에 대처하며 싸워나가라고 조언했다.
이번 미 대선전의 핫이슈였던 “trade war”은 트럼프 취임과 함께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2000년대 China Shock으로 촉발된 무역 불균형 즉 수입 과잉은 -비록 자유무역의 가치가 소중하다 해도- 미국의 노동자들과 지역 커뮤니티에 큰 타격을 안겼다. 그렇게 누적된 문제들로 인한 미국인들의 분노에 뿌리내리며 성장한 극보수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은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 재등장을 이끌었다.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임박한 전 지구적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예고되었고 지금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1 trillion에 이르고 이 불균형이 가속화되는 경향은 국제경제와 사회 시스템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는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예를 들며 중국경제가 연 9% 성장을 구가하며 GDP 40%를 투자하던 고성장 시스템에서 이제 연 3%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따라서 투자에서 소비로, 개별 가구로 수입을 재분배하고 중국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약 중국이 현재의 저성장 국면에서 고성장 경제시스템을 가동한 수출과 무역수지 불균형을 지속한다면 2000년대 China Shock을 경험했던 지구촌의 다른 국가들과 함께 trade war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조용히 진행한 발전된 기술 분야의 진전을 제한하는 방식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높은 관세 같은 대중국 하드 라인이 무차별적 관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구촌 무역전쟁이 촉발할 복합적이고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미국의 정책을 이끌 최악의 인물이 트럼프라고 평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현재 벌어지는 무역전쟁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이 무역전쟁에서 우리가 패배하게 되는 주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정책이 시작되면 그의 주장과는 반대로 미국 소비자 물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2기 신임 행정부 내에서도 그의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소비자인 소소한 나의 일상만 보아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현재 미국 의료제도를 유지하는 처방약들의 원료의약품은 중국공장에서 만들어져 FDA 승인을 받은 인도 의약품 공장으로 공급되어 최종 제품화되는 시스템이다. 미국인들의 화장실 약장에 줄줄이 놓인 저렴한 처방약들은 80%가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된 것이다. 이 시스템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지?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은 또 어떻게 감당한다는 것인지. 게다가 아마존에서 속옷 한 벌 양말 한 짝 사려고 해도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것이다. 먹거리만 해도 그렇다. 바쁜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인 씨리얼이나 오트밀에 넣을 블루베리 같은 겨울철 과일류는 주로 멕시코에서 온다. 아보카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인들이 겨울에도 김치처럼 먹는 토마토도 그렇다. 먹거리의 기본인 올리브유는 남유럽의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해 이미 세배 이상 오른 상태다. 또한 저녁 식탁에 오를 연어와 대구 같은 생선은 캐나다에서 온다. 파스타를 만들 봉골레 조개며 빠에야에 넣을 홍합이며 나의 필살기인 크랩케익을 만들 재료는? 게다가 보험사와 약값 조정에 실패한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 의사의 처방전으로 캐나다에서 의약품을 구입한다. 특히 암 환자들의 경우는 신약의 등장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보험 시스템과 의료보험사와의 갈등으로 약값이 저렴한 캐나다에서 약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암 전문 병원 간호사에 의하면 캐나다에 처방전을 보내면 인도에서 약이 배송되어 온다고 한다.
아마도 이 문제는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분야에 다층적으로 걸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트럼프 관세가 시작되면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나의 이웃인 암 환자들과 내 삶의 반경인 마트와 약국, 그릭 아저씨의 생선가게와 Five brother’s 야채 가게 등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2월 1일자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장바구니 물가의 가파른 상승뿐만 아니라 암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이러한 관세정책을 감행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렇듯 기후위기와 난민과 국제 무역분쟁의 한가운데서 트럼프 2기가 출발했다. 이제 새롭게 펼쳐질 국면과 변화하는 미디어 패러다임 속에서 누가 어떻게 “ecconomic narrative”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제임스 카빌의 제안은 앞에서 언급한 페이즈 샤커의 포퓰리스트 정치인에 대한 주장과 닮아있다.


“Go big, go populist, stick to economic progress! 경제문제의 큰 흐름에서 이슈를 잡고, 대중의 고통과 호흡하는 정치인으로, 경제 민주화에 집중하라!”


      6. 드수노씨는 미 대선에서 누구를 뽑았을까?


롱아일랜드 햄튼 지역에서 조경업체인 드수노 앤 썬즈를 운영하는 드수노씨는 오랜 공화당 지지자였다. 부머 세대인 그가 스윙 보터가 된 건 20012년 오바마를 뽑으면서부터였다. 그는 2008년 매케인을 2012년 오바마를 2016년 트럼프를 2020년 바이든을 선택했다. 그의 회사는 이십여 명의 히스패닉계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한번 들어오면 이직하지 않고 포크레인을 굴리고 흙을 나르고 배수로를 내며 드수노씨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는 드수노앤 썬즈의 대표이지만 엠마겐셋 타운 소방서 소방대장이기도 하다. 미국의 타운 단위 소방서는 주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는 소방대원 훈련을 받고 소방관 자격을 취득했다. 그의 딸도 911 구급요원 자격증을 취득하고 엠마겐셋 소방서에서 아버지와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드수노씨 가족을 통해 도시가 아닌 타운 단위에서 미국인들의 삶이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는지 그들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타운 주민들은 타운의 학교 재정을 담당할 높은 스쿨 택스를 내고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엠마겐셋 타운에서 4대째 살아가는 드수노씨 가족은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공화당원이고 보수주의자 들이다. 대도시가 익명성을 담보로 주체와 타자가 끊임없이 치환하며 확장하는 열린계라면, 타운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체인 우리와 경계 밖의 타자인 그들로 나뉘는 닫힌계의 특성을 내포한다. 미국의 선거 표심은 대선뿐만 아니라 연방 하원과 상원,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도시는 블루, 타운은 레드로 갈리는 경향이 있다. 레드 스테이트라도 대도시와 대학도시들은 민주당이 강세인 반면 블루 스테이트에서도 타운들은 공화당이 우세한 곳이 적지 않다. 리영희 선생의 말처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특징은 트럼프를 등에 업은 극우 MAGA의 전면적인 등장일 것이다. 보수주의자인 드수노씨는 이 사태를 두고 텅 빈 공화당을 밟고 극우주의자들이 무혈입성해서 당을 장악했다고 표현했다.
2024년 7월 15일부터 4일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단 한 명의 공화당 전직 대통령도 공화당을 대표하는 그 어느 유명 정치인도 참석하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밴스의 가족들과 격투기 선수 같은 사람들과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 몇 명뿐이었다. 드수노씨는 역대 공화당의 그 어떤 전당대회에서도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전당대회의 꽃이라는 마지막 날 트럼프의 수락 연설은 30분을 넘기고도 한 시간 이상 지루하게 중언부언을 반복했다.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가 행사장을 비추었을 때 무대 앞쪽과 1층 홀을 채운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후면의 2, 3층 좌석은 하품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화면을 보던 나는 이게 뭐지?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이어진 주요 정치 프로그램에서는 만약 트럼프가 준비된 원고 분량인 30분내에 연설을 끝냈으면 성공적인 전당대회가 되었을 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트럼프 랠리에서 그의 연설이 시작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지지자들이 더 들을만한 얘기가 없다고 지루해하며 자리를 뜬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았다. 나는 트럼프 지지층에 대한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결을 달리했던 대선전의 여러 풍경들을 되돌아보며 극우 포퓰리즘이 사용하는 언어와 메시지 속에 감춰진 본질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24년 10월 8일 허리케인 밀튼이 플로리다 해안에 상륙하던 날 나는 이스트 햄튼의 해안도로를 달리던 드수노씨의 트럭에 타고 있었다. 그날은 드수노씨의 워크샵에 들렀다가 그의 회사가 조경을 맡은 포드가의 여름 별장까지 구경하고 오던 길이었다. 하늘은 회색빛으로 흐린 채 해변에는 적색 깃발이 내걸리고 뿌옇게 파도가 넘실거렸다. 바닷가 별장에서 만났던 정원공사를 하던 어느 히스패닉 일꾼의 말이 파도 소리를 따라 귓전을 맴돌았다.
“우리는 여자 안 찍는다고요” “여자 대통령은 안 찍어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때는 듣지 못했던 감히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것은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연방 헌법인 “차별금지법” “그 누구도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과 출신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 MAGA 극우주의자들의 반사회적인 언어가 대선전을 통해 섹시즘을 자극하며 저소득층 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칸 아메리칸 남자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벌어진 가파른 물가상승 국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층이고 쇄도하는 젊은 불법 이민자들과 고용시장의 일선에서 맞닥뜨린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분노한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표심 속으로 극우의 언어와 메시지가 물들어가고 있었다.


글을 마치며


여성 대통령 선출은 민주당 지지층의 오랜 염원이었다. 민주당은 해리스 후보를 통해 당의 외연을 젊은 세대로 확장하며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하지만 해리스 후보는 역대 미국 대선에서 가장 적은 여성 유권자 표를 얻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제60회 미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 대통령 후보의 문제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동안 미국은 러우 전쟁과 가자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 관여했다. 선거결과 러우 전쟁은 동력을 상실했고 대한민국은 극적으로 극우의 준동과 내란을 막아내고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민주당 지지층인 유태계와 트럼프 지지층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가자전쟁은 일단은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는 네오콘의 한 축을 이루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세계관과 맥을 함께하며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이 맺은 “이란 핵협정”을 무효화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이란을 적대세력으로 고립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이스라엘의 중도 협상파 세력을 약화하고 네타냐후 극우가 다시 일어서는 자양분으로 작용했고 동시에 이란과 하마스의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가자 전쟁의 군불을 땐 것으로 보인다. 중동평화의 핵심은 ‘이란 핵협정’을 이행하고 이란 국민의 열망인 경제 제재를 해소하고, 이란과 서방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1기가 좌절시킨 ‘이란 핵협정’을 재개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하노이에서 좌절되었던 북미 관계가 어떻게 재개될지 ‘북미 핵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오랜 적대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나가기를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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