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논리』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 참관기 / 이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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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4-12-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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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전환시대의 논리』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 참관기



 


 


 


이호근 / 대학연합 국제정치·외교 동아리 PAZ 회원


국제정치·외교 동아리 PAZ에서 흥미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리영희 재단이 주최하는 “『전환시대의 논리』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 참석 안내였다. 당시 리영희 선생님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아 망설였지만, 그 고민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토론회 참석은 국제정치학도로서 깊은 배움과 성찰을 가져다주었다.


전환시대의 논리』, 그 첫인상


토론회 참석에 앞서 『전환시대의 논리』의 일부를 읽으며 느꼈던 충격은 생생했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와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진실을 통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선생님은 냉전 체제와 미국 중심 국제질서를 비판하며, 진정한 독립과 평화는 외세 의존이 아닌 자주적 사고와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다.


리영희 선생님은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인용하며 사건의 표면이 아닌 근본 원인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셨다. “왜 임금은 아첨을 간파하지 못했는가?”, “왜 허황된 거짓이 권력자에게 통했는가?”, “왜 민중은 소년의 진실 고백 이전까지 침묵했는가?”라는 물음은, 단순히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와도 맥을 같이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진 그 왕국의 사회적 침체와 신민들의 도덕적 타락에 관해서는 언급되지 않은 점이 우리 사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또한, 언론과 지식인의 책임에 관한 선생님의 강조는 특히 인상 깊었다. 선생님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무지를 지식인의 가장 큰 죄악으로 보았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 간의 중재자로서 권력의 부조리에 맞서고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비록 오늘날 언론이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더라도, 꾸준히 진실을 추구하는 노력만이 무지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한다는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상을 발표해야 할 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오늘의 사실을 내일의 비화 자료로 남겨둔다면, 대중은 계속 어둠 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선생님의 경고는 단순히 과거의 냉전 구도에 국한되지 않고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가르침을 떠올리며 대한민국의 정치와 시민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백낙청 선생님의 여운 깊은 인사말


창비에서 열린 토론회는 백낙청 선생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상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꿈은 행동으로 꾸는 것이다. 행동 없는 생각은 이상주의의 함정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선생님은 리영희 선생님처럼 이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다. 이 부분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세 가지 발제: 중국, 일본, 북한



  1. 중국의 전환과 국제 정세


첫 발제는 박민희 한겨레 외교 선임기자의 「전환의 핵심, 중국몽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기자님은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간된 1974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가 맞이한 거대한 전환을 짚어보셨다. 냉전 체제가 종식된 후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동쪽이 상승하고 서쪽이 하락한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경제 악화는 서방권의 약화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중국은 한때 세계의 ‘하청 공장’으로 여겨졌지만, 첨단 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주요 경쟁자로 떠오르며 ‘중국몽’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대일로 사업으로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고, 해양 패권 전략을 통해 군사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기자님은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이 지도자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시민적 결단과 단결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하셨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 속에서도 중국은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두 자릿수 경제 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고, 빈부 격차와 부패에 분노한 젊은 노동자들의 노동운동과 반발이 이어졌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이러한 움직임은 강력한 탄압으로 억제되었고, 결과적으로 개혁개방은 후퇴했다. 기자님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중 양극 체제가 예상되는 현재를 “서방권 국가들의 자유 세계 질서 꿈이 무너져내리는 전환의 시대”라고 분석하시며, 한국 외교의 주요 도전과제가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매겨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지으셨다.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맹과 협력할 부분에 협력하되, 선을 그을 지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2. 일본의 전환과 한일 관계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님의 「일본의 전환과 한일・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교수님은 현재를 “전환의 시대인 것처럼 보이는 반동의 시대”라고 규정하시며, 진보적 운동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50년 전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셨다. 교수님은 리영희 선생님과 관련된 저서를 인용하며, 반공주의와 한미관계의 혈맹론이라는 ‘우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반공 노선을 고집할수록 우리는 한・미・일 시스템에 종속되고, 운신의 폭은 점점 줄어든다.” 선생님의 비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며, 현 정부의 한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과 비교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하셨다.



 


또한, 일본의 정치적 변화와 한일 관계를 언급하며, 일본의 반북 운동과 역사 수정주의가 맞물려 한미일 연대가 강화되고, 한일군사안보협력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설명하셨다. 마치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본 극우 세력이 반북 - 친미 전선의 한일연대 노선을 만들어 자국의 영향력 확대와 국방력 강화를 위한 초석이라고 평가하셨다. 교수님은 이를 “국가 생존의 여러 가지 기본적 토대를 닦는 가장 중요하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식민지적 유제와 잔재를 철저하게 말끔히 청소하는 일, 즉 부정’을 ‘부정’하는 작업임”을 말씀하셨다. 따라서 반북과 거리가 먼 이시바가 된 현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 한국이 일본과 명확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3. 한반도의 대전환


마지막 발제는 정욱식 평화 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님이 맡아 「한반도 대전환의 양상과 대안의 논리」에 대해 발표했다. 소장님은 1970년대 초중반 한반도가 국제적 데탕트 분위기와 남북 간 적대 심화라는 엇갈리는 시대를 경험했다고 설명하며, 오늘날은 국제적 신냉전과 남북 적대가 맞물리는 시대임을 지적하셨다. 이로 인해 『전환시대의 논리』의 메시지는 과거보다 더 절박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하셨다.


소장님은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략 변화를 주목하셨다.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의 목표는 적대적인 조미 관계를 평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러시아 등과 협력하며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인지가 변수가 된 상황에서, 소장님은 지금의 위기의 전환시대 속에서 동시에 희망적 인식도 싹트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평화공존을 원하는 여론이 갈수록 늘어나고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전환시대의 핵심적인 문제가 군사주의의 강화와 패배에 있다면, 위기 극복의 지혜는 탈군사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라는 논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소장님은 한국이 “탈북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하셨다. 이는 ‘우리 안의 북한’이라는 관념을 내려놓고,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를 도모하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소장님이 발표하실 때 계속해서 북한을 ‘조선’이라 칭한 것은 어색해서 그런 것인지 기존의 관념과 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이기이관(利己利關)”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이는 우리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서도 관계를 이롭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남북 및 국제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실용적인 대안임을 강조하셨다.


토론과 성찰


하남석 교수님은 중국의 ‘중국몽’이 진정한 평화 질서를 만들 것인지, 새로운 제국주의를 재현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리영희 선생님이 반공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중국을 바라보라고 하신 가르침이 오늘날 중국 내부의 체제 모순 앞에서 역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PAZ 리더 이해지님은 청년 세대가 중국과 일본의 체제를 정확히 이해하며 국가 이익을 위한 실효적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향된 정보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 언급했다.



결론: 또 다른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며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 외교와 북한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다리를 복원할지, 아니면 새로운 다리를 건설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분명한 것은 또 다른 전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이 참관기를 작성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신 PAZ 리더님과 리영희 재단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훌륭한 발제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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